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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따뜻한 손길들

Posted December. 10, 200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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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떨어져 지내게 됐지만 그동안 친했으니 우리 크면 천국 가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친구야.

1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초교 1학년 3반 교실에서 안건규 군(8)이 익숙하지는 않은 솜씨지만 또박또박 칠판에 글을 써내려갔다.

분위기는 어린 학생들의 교실답지 않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좀 떨어져 있는 4학년 8반 교실도 비슷했다.

9일 새벽 경찰관인 아버지는 철야근무, 어머니는 신문배달을 하는 사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삼남매 중 큰딸(11)과 큰아들(8)이 바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함께 공부하던 교실이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와서도 잃어버린 친구를 안타까워하던 학생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날 오전 한 가지 소중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친구를 위해 크리스마스카드를 쓰기로 한 것.

춥지는 않니? 네가 동생과 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9일 새벽 4시 50분으로 되돌릴 거야. 네가 갈 때 우리 모두는 울었어. 널 한 번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꿈속에라도 한 번만 나왔으면 좋겠다. 친구 예진이.

단지 연기 때문에 네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너 장례식장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아직도 네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 영원한 너의 친구 미선이가.

4학년 8반 학생들이 쓴 카드는 교실에 세울 크리스마스트리에 모두 걸어 놓기로 했다.

한편 비운의 삼남매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의 방문과 시민들의 온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및 허준영()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10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택순() 대통령치안비서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또 최기문() 경찰청장과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심상정(정) 이영순() 의원 등도 장례식장을 찾아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시했다.

기아자동차 노조 박홍귀 위원장(41)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지만 너무 안타까워 조합원끼리 성의를 모았다며 빈소를 찾아 성금 300만 원과 장례용품을 전했다.

이 밖에 서울지방경찰청 동료들과 강동초교 등도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서울경찰청 및 각 언론사 등에도 유가족을 후원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삼남매의 아버지인 금모 경장(36)의 계좌는 우리은행 3751-5496-102-002.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