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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냉가슴

Posted December. 07, 200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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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걸쳐 고시생과 대학생 등 20만3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고시원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화재 등 사고를 우려해 현행 고시원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독서실이나 숙박업소로 업종을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시원 업주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 대책 때문에 대부분의 고시원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 대책=보건복지부는 4월 영업 중인 고시원 가운데 주거지역에 있는 것은 독서실로 바꾸고, 상업지역에 있는 것은 숙박업으로 등록해 운영하도록 하는 고시원 관리대책을 마련했다.

즉 공부와 숙박을 함께할 수 있는 현행 고시원을 공부와 숙박 가운데 하나만 가능한 업소로 바꾸겠다는 것. 복지부는 1년 동안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일제 단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1월 경기 수원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해 고시원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마련됐다.

당시 대형 사무실을 벌집방 형태로 개조한 많은 고시원의 경우 불이 옆방으로 옮겨 붙기 쉬운 데다 비상벨이나 유도등, 가스누설경보기, 방화문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시설이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발=고시원 업주들은 안전을 강화하라는 정부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고시원을 독서실이나 숙박업소로 바꾸라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업지역에 있는 고시원은 숙박업으로 바꾸고 싶어도 학교와의 거리, 주차장 규모 등 숙박업 허가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이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고시원이 여관 등 일반 숙박업소와는 달리 학교와 가까운 곳 등에 있기 때문.

또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주거지역 고시원의 경우 잠을 자기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독서실로 바꿀 경우 이용객이 없어질 것이라고 업주들은 말한다. 손남식() 신림동고시원발전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법규에 고시원이라는 업종을 신설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면 될 텐데 굳이 현실에 맞지 않는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강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창우() 한국고시원협회장도 고시원이 없어지면 상당수 가난한 대학생과 수험생, 도시빈민들은 당장 잠잘 곳을 잃고 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질병정책과 오운성 사무관은 업주들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보완책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종대 장강명 orionha@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