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람은 20% 할인
인터넷 뮤지컬 동호회원끼리 뮤지컬을 단체로 관람하는 이른바 단관이 인기다. 단관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싸이월드의 뮤지컬 동호회 오 마이 뮤지컬(오마뮤) 회원들과 함께 창작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단체 관람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11일 오후 6시 안악지애사 공연장인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앞 카페. 클짱(클럽 회장)인 김도형씨(31정신과의사)가 티켓 판매소에서 예매 티켓을 한 다발 받아오자 먼저 와 있던 회원들이 일렬로 줄을 섰다.
회원들이 받은 티켓에는 기획사 20% 할인이라고 적혀 있다. 단체관람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렇게 할인받을 수 있는 것.
어, 벌써 8열까지 다 나갔네.
이 자리는 약간 뒤쪽이지만 가운데라 보기는 더 좋을 거야.
이들이 예매한 좌석은 R석 3열부터 10열까지. 극장 좌석 배치를 머릿속에 꿰고 있는 김씨는 선착순으로 좋은 위치의 좌석을 나눠줬다.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사랑티켓이 많은 걸 보니.
기획사 할인가격에서 5000원을 더 할인받을 수 있는 사랑티켓을 가져 온 사람은 78명 중 60명이었다.
안악지애사 단관 공고를 낸 것은 공연 시작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이날 단관에 온 이종순씨(27교사)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참 좋아했는데 그 팀이 주축이 돼 만든 뮤지컬이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공연전 노래 흥얼흥얼 분위기 떠요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세희씨(24)가 무료한 듯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삽입곡을 흥얼거리다가 아예 옆 사람과 극중 대사까지 주고받았다. 누군가가 공연 전에 이렇게 분위기가 뜨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오후 7시반. 안악지애사가 시작됐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고구려의 민족 자존심을 내세운 작품이다. 단관 열에서는 웃음소리도, 박수소리도 다른 객석보다 더 크게 터져 나왔다.
오후 10시. 공연이 끝나고 안악지애사 포스터 앞에서 삼삼오오 단체사진을 찍은 회원들은 인근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풀이에 참석한 사람은 20여명. 자연스럽게 공연 평이 오고 갔다. 마니아들이다 보니 배우는 물론 연출, 작곡, 의상 등 스태프들의 이름과 경력도 주르르 꿰고 있다.
맥주 한잔 들며 공연 평가
음악은 괜찮았는데 연출은 큰 무대가 처음인 티가 나는 것 같아.
초연이잖아. 창작뮤지컬 초연은 잠재력에 더 주목해야지.
화제는 곧 이튿날 처음 열기로 한 노래 모임으로 옮겨갔다. 클짱 김씨는 공연을 너무 수동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우리가 직접 뮤지컬의 노래를 배워 부르면서 동참하는 느낌을 가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들은 밤 12시가 넘자 마음껏 뮤지컬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신촌의 단골 카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