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아이디어다.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으뜸은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매출액을 첫해 6억원에서 550억원으로 늘린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코리아의 성공은 좋은 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덕도 봤겠지만 창의력을 살려 한국적 상황에 맞게 경영을 잘한 덕이다. 본사의 성공 신화는 이미 세계 유명 경영대학원들의 사례연구 교재가 됐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도 이에 못지않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처음 가게를 낸 1999년만 하더라도 소위 테이크 아웃은 생소한 문화였다. 커피를 컵에 담은 채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피란 으레 앉아서 마시는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명문 여대 앞에 1호점을 낸 것이 주효했다. 변화의 진원지를 제대로 포착한 것. 얼마 되지 않아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적인 다방 문화와 접목시킨다면 효과는 훨씬 클 것 같았다. 공간을 갖춰서 커피도 마시고 친구도 만난다면 매출도 당연히 늘 터. 가게를 대형화했다. 1층에서 3층, 많게는 5층까지 빌딩 전부를 커피숍으로 바꿨다. 여러 나라 스타벅스 체인점 중 최초 시도였다. 미국의 경우도 대체로 커피를 앉아서 마시는 손님이 10%, 사들고 가는 손님이 90%이기 때문에 매장은 2030평이 보통이다. 2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은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는데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적당한 매장을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궁리 끝에 유명 빌딩의 1층만을 집중 공략했다. 한국의 고층 건물들은 대개 1층에는 안내 데스크만 두고 빈 공간으로 남겨둔다는 데 착안한 것. 건물주들을 설득해 싼 임대료로 1층에 가게를 낼 수 있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점포 수는 이제 100개로 늘어났다. 특이한 것은 100명의 점장 중 20대가 73명이라는 것. 젊은 고객의 취향을 더 잘 이해할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이들 모두 커피 전문제조사(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재 호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