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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카드 실정 책임자가 시스템이라고?

Posted July. 16, 2004 22:16,   

신용카드 정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특별감사로 확인됐다. 내수 진작과 세원()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부작용에 대한 예방책 마련과 건전성 감독에 소홀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점은 앞으로 비슷한 정책실패를 막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돼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정책실패의 주된 책임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관련 부처를 통틀어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책 구상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카드 부실화를 키워온 더 많은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감사였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한 외교정책뿐 아니라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의 시스템 타령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역으로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용카드정책 실패로 우리 국민과 우리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켜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소비를 살리지 못하는 악순환은 끊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시스템이라는 유령 같은 것에 책임을 돌리니 헛웃음이 나온다.

감사원은 정책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전윤철 감사원장은 무엇을 위해 정책감사를 강조해왔는가. 최소한 지난 정부 이후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규성 강봉균 이헌재 진념 전윤철 김진표 이용근 이근영 이정재씨 등의 잘잘못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당사자들이 현직을 떠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잘잘못이 가려진 뒤 당사자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준 카드부실에 대한 감사가 이런 식이라면 어떤 공직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일하려 하겠는가.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도입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