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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빼내기' 한미동맹 누수

Posted May. 18, 2004 21:32,   

미국이 한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주한 미 2사단 병력의 이라크 파견을 전격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한미 간에 의견 조정이나 협의를 위한 외교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차출을 14일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정부는 별다른 대안 없이 사흘만인 17일 노무현()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통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또 이라크 차출 병력의 한국 복귀 여부에 대해서도 양국 간에 입장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는 등 의견 조율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안팎의 미국 전문가들은 한미간 갈등이나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고 조정하는 외교의 버퍼존(완충지대)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증거라며 한미관계와 대미외교라인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미 2사단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사실상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 측의 해외주둔 미군 재평가작업(GPR)에 따른 주한미군 재조정 협의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GPR를 통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통합군 배치 구상을 마련해왔다며 이에 따라 작전상 추가 부담 없이 주한미군 차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우리 측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반 장관은 이어 미국은 앞으로 3년간에 걸쳐 (한반도에) 110억달러를 군사전력 강화비용으로 지출키로 이미 결정했다며 미군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와 해공군력 강화, 인근 지역 전략폭격기 증강배치 등 필요한 모든 보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 대변인 플렉스 플렉시코 해군 소령은 17일 미국이 이라크에 파견할 주한미군 2사단 제2여단 병력은 34003800명이 될 것이며 약 1년 후 이들이 한국에 복귀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파견 계획에 대한 배경설명에서 제2여단의 이동을 전환배치(relocation)라고 규정하고 이는 주한미군의 장기적인 재편성과 합리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권순택 bookum90@donga.com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