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님은 박종근님을 평생의 동반자로 맞아 어떤 경우에도 항시 사랑하고. 엊그제 서울의 한 카페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첫 공개결혼식이 열렸다. 1년 반 전 종로 P극장에서 만나 한 달 만에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이다. 서로를 애기 자기라고 부르면서 이씨는 동성애자 온라인 서비스회사에서 일하고 박씨는 집에서 살림을 한다. 1박2일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들은 어제 은평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접수했다. 구청은 결과를 서면으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가족에게 식 올린다는 말도 못하면서 공개결혼식을 올린 이유가 뭘까. 사랑하니까가 첫 번째 이유라면 두 번째는 성적 소수자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대답이다. 법적으로 인정받으며 아이도 키우고 건강보험 등 결혼한 부부가 받는 혜택을 당당히 누리고 싶다는 얘기다. TV드라마에 나오듯 동거를 새로운 패션처럼 여기는 젊은층이라면 결혼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 놀랄 만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동성결혼이 나라를 둘로 갈라놓는 문화전쟁 이슈가 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결혼증명서를 받는 동성커플이 줄을 잇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결혼이란 남성과 여성의 결합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지지한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유력한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에 대해 말할 수 없으니까 보수층 결집을 노려 동성결혼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케리 의원도 동성 결합이 아닌 결혼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 너무 진보적 입장을 보였다가는 표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948년 캘리포니아주가 최초로 흑백결혼금지법에 저항하고 나섰을 때 미국인 열 명 중 아홉 명이 반대했다. 연방대법원이 인종간 결혼을 인정한 것은 그로부터 19년이 지나서였다. 동성결혼은 보수냐 진보냐의 성향 말고도 가족과 종교, 사회와 정부의 역할 등 좀 더 많은 변수가 얽혀 있어 해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지지한 바로 그날, 영국에선 보수당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고루한 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으려 게이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사랑도 정치적 풍향을 타야할 모양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