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렛을 사면 장미꽃도 함께 드립니다. 15달러예요.
6일 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46번가에 있는 룬트 폰테인극장. 10년째 공연중인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보러온 젊은 남녀 커플들에게 팜플렛과 장미꽃을 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브로드웨이의 관객층은 평균 43세.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가진 5060대 관객들이 주류지만, 이 극장엔 미녀와 야수처럼 열정적 사랑을 즐기려는 20대 데이트 족들이 1500석의 객석을 가득 채웠다.
오! 이츠 어 매직!(Oh! Its a magic!)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선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등 마법에 걸린 성을 표현하기 위해 마치 영화 같은 특수효과가 사용된다. 특히 야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왕자로 다시 변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을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쇼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뜨리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법에 걸려 시계, 주전자, 촛대, 옷장 등으로 변신한 성의 하인들의 생생한 캐릭터 연기도 볼거리. 토니상 의상상을 수상했던 이들의 복장은 애니메이션에서 금방 빠져나온 것만 같다. 이들이 머리 위에 스푼과 포크 등이 달린 관을 쓰고, 접시처럼 넓게 펼쳐지는 드레스를 입고 선보이는 화려한 댄스만 봐도 웬만한 쇼 뮤지컬에 뒤지지 않는다.
화려한 댄스 10년째 팬들에 사랑받아
연출가 로버트 제스로스는 한꺼번에 변신하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뮤지컬에는 마법에 걸린 하인들이 장면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표현했다며 등 뒤에 태엽이 달리고, 머리에 뚜껑이 생기는 등 시시각각 사물로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더 비극적 느낌을 갖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거액들여 뮤지컬 제작 잇달아
2000년대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는 애브뉴 큐 속속들이 현대적인 밀리 프로듀서들 헤어스프레이 등 1920년대나 195060년대 호황기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 뮤지컬 코미디들이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가수 빌리 조엘의 음악에 무용을 엮어 만든 뮤지컬 무빙 아웃도 화제다.
이 같은 전통적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들이 바로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원작 뮤지컬들이다. 디즈니는 94년 미녀와 야수를 시작으로 라이온 킹(97년) 아이다(2000년) 등 3개의 작품을 제작해 공연 중이다. 23년 안에 메리 포핀스 타잔 인어공주 등을 제작해 동시에 6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 10대와 20대는 물론 어린이까지 유혹하는 디즈니 작품 때문에 브로드웨이의 전체 관객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작품 당 약 2000만 달러(약 230억원) 정도의 사전제작 비용을 들이는 디즈니의 막대한 자본과 풍부한 콘텐츠에 브로드웨이 극장주들은 수십 년 후에는 브로드웨이가 디즈니랜드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한국에서도 8월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디즈니 제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미녀와 야수가 선보인다.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했던 공연연예기획사 제미로와 프로듀서 설도윤씨가 총 제작비 120억원(사전 제작비 63억원)을 들여 디즈니의 무대세트와 기술 등을 도입하고 국내 배우들을 기용해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