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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비파...우미인의 흐느낌인가

Posted March. 03, 200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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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면매복과 고촉도

중국의 문화는 유구하면서 다양하다. 그러나 그런 중국의 문화도 역사라는 숨결을 불어넣지 않으면 생생하게 살아나지는 않는다. 중국의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비파()연주곡 십면매복()도 마찬가지다.

십면매복이란 사방에 온통 적들이 쯤으로 해석되는 위급한 상황. 초()의 항우가 한()의 유방군에게 패해 해하(안후이성)에서 포위돼 건곤일척의 마지막 승부를 앞둔 때(BC 202년). 당시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들리자 초패왕 항우와 군사들은 한나라가 벌써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이리도 많은가라며 슬퍼했다고 한다. 사면초가()의 실제상황이 바로 이 해하의 전투다.

유방의 심리전에 말려든 항우 진영. 그 노랫소리를 듣고 향수에 빠져들어 전의를 상실한 채 결국 십면매복 상황에서 처절한 패배를 맞는다. 이 곡의 소재는 이 해하의 전투다.그러나 사실은 이런 하나의 상징적 사건을 통해 중국 역사의 일반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음악 한 곡을 통해 들여다보는 유구한 중국의 역사. 이 음악은 그 의미와 교훈을 되새겨주는 역사의 프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를 통해 배우는 세상사 흐름과 진리.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해하의 전투보다 오히려 촉한의 제갈량과 위의 사마의가 펼친 오장원()의 결전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소설처럼 펼쳐지는 중국의 삼국 역사가 고구려 역사보다 더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십면매복은 삼국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쉬는 고촉도()를 여행하며 들어야 한다. 옛 촉나라의 길을 답사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역사의 여행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비춰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고촉도 여행에 앞서 당시 삼국의 부침을 조명해보자. 위의 조조는 한이 힘을 잃자 빠른 정세 판단과 과단성 있는 행동으로 정권을 낚아채 법통을 잇는 정권을 확립한다. 지방토호출신의 오나라 손권은 두터운 인심을 바탕으로 양쯔강 남부 곡창지대에 나라를 세운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 무리가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렵게 한 지역을 차지하니 그가 촉의 유비다.

그런 중국의 역사가 우리에 가르쳐 주는 교훈. 그것은민초의 선택이 곧 하늘의 뜻이며 역사는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사고 구조는 역사의 순환이었다. 그러나 순환을 초월한 발전의 논리가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패러다임이라고 한다면 험준한 아름다운 옛 촉나라의 길을 걸으면서도 눈길은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에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란다. 눈 밝은 이는 남의 나라 역사에서도 가르침을 얻으니 꽃잎 다투어 필 농익은 봄 5월에는 우리 사회도 갈등의 구조가 상생의 구조로 바뀌어 대동()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십면매복보다 피리()로 연주하는 매화삼롱()을 권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