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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원자재난 '직격탄'

Posted February. 29, 20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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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공개 얘기가 나오면서 건설시장이 더 위축된 데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30% 이상 올랐어요. 경기회복에 대비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벌어놓은 게 있어야 설비투자를 하죠. 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이 너무 늘었다며 돈을 안 빌려 줍니다.

인천 서구 석남산업공단에서 아파트용 가스보일러 부품 및 정밀기계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젠텍 김재우(42) 사장은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내수침체 장기화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중소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지난해 말보다 악화되고 향후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원자재난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6년 만에 최악으로 조사됐다.

체감경기 악화=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연간 매출액 10억원이 넘는 신용보증 이용업체 17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결과 올 14분기(13월)의 실적 BSI는 82로 지난해 44분기(1012월)의 103에 비해 급락했다고 29일 밝혔다.

BSI가 100 미만이면 현재 실적을 나쁘게 평가하는 업체가 좋게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또 24분기(46월) 경기전망 BSI는 97로 작년 말 중소 제조업체들의 올 14분기 전망치 104에 비해 낮아져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전망 BSI는 지난해 34분기(79월) 이후 2분기째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응답 업체들은 경기전망을 나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원자재 가격 상승(36.8%)을 꼽았다. 이어 국내 수요 감소(30.3%) 자금사정 악화(27.5%) 수출수요 감소(7.5%) 판매조건 악화(5.4%) 등의 순이었다.

6년 만에 최악의 원자재난=이날 기업은행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206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월 중 중소제조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원자재 조달사정이 곤란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작년 12월의 16.8%보다 12.1%포인트 증가한 28.9%로 나타났다.

이는 98년 4월(25.6%)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1월에 철강재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국제 원자재 파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금사정이 곤란해졌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도 작년 12월의 29.7%보다 5.3%포인트 늘어난 35.0%로 조사돼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기회복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업체들은 경기 전환기에 오히려 자금부족을 겪을 수 있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