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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의 투혼

Posted February. 24, 2004 23:08,   

빙판의 투혼

우. 야.

경기 시작 전 인사를 위해 도열하면서부터 양팀 선수들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상대의 사기를 꺾고 시작하겠다는 의지.

퍽이 빙판에 떨어지고 경기가 시작되자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사각사각 얼음을 잘게 써는 소리와 함께 선수들은 빙판을 내달렸다. 날카롭게 슛한 퍽이 골문을 향해 날아갔고 거친 보디체크 때문에 마이너페널티를 받아 퇴장당하기도 했다.

박진감과 격렬함은 일반 아이스하키와 다를 바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앉아서 썰매를 탄다는 것 뿐.

24일 춘천 의암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 동계체육대회(주최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아이스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 경기.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아이스하키를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것으로 하반신 장애인들이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타며 경기를 펼친다.

선수들은 양손의 스틱을 사용해 슛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는데 스틱의 한쪽 끝에는 썰매의 추진을 위한 픽(pick)과 다른 한쪽에는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blade)가 달린 폴이 있다.

20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되는 일반 아이스하키보다 5분씩 짧고 마이너페널티 시간이 1분30초로 30초 단축되는 것 외엔 아이싱 오프사이드 등 모든 룰이 똑같다.

이날 경기에 나선 팀은 연세팀(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지원)과 삼육팀(삼육재활원 지원). 1998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이 두 팀뿐이다. 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성남 제2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에서 3시간 정도씩 훈련한다. 하지만 약간의 지원을 제외하곤 자비로 운동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감독 코치도 모두 자원봉사자.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삼육팀의 이용민(30). 삼육팀의 센터포워드로 주전 골게터인 이용민은 양팀 선수 중 가장 빠른 스피드와 기량으로 링크를 휘젓고 다녔다.

그는 두 다리가 없는 절단장애인. 10년 전 군 입대를 앞두고 경기 시흥시의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 중장비 운반 차량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원망 속에 하루하루 보내기를 8년. 그는 2002년 8월 삼육직업훈련학교에서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접하곤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키를 할 때는 근심 걱정이 없어요. 정말 짜릿하죠.

이용민이 아이스슬레지하키를 한 건 불과 1년6개월 정도지만 그는 현재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그의 꿈은 세계아이스슬레지하키 베스트5 중 1명인 일본의 엔토를 능가하는 선수가 되는 것.

장애인은 아이스하키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날려버린 이용민은 더욱 열심히 훈련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고 많은 팬이 우리 경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소망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