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5, 2004 16:26,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특히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주한미군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한미 양국은 미래동맹구상이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협의해 왔고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는 기정사실화돼 있긴 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5일 특별성명을 통해 다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를 공식선언하자 서울과 워싱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8월 15일 광복절 때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자주국방론과 미적거리는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계획에 대한 경고성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미친 짓이다=전 세계 미군배치 재조정(Transformation) 차원에서 이뤄지는 주한미군 재배치 자체를 문제 삼는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은 시점이 나쁘다며 이는 정치적으로 미친 짓(insane)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주둔 미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올바른 일이지만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미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분열이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일을 추진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프리스텁 국방대학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한미군 재배치의 기본 동기에 대해 한국 일각에서의 해석과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한국에서는 미국이 미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킬링필드(killing field)가 될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미국인이 서울과 근교에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들이 바로 인계철선(tripwire)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독단도, 한국의 모호성도 문제다=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이 주한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 문제를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보한 것은 독단적 조치였다고 비난했다.
진보성향의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미군 재배치는 군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며 나 역시 10년 전부터 이를 지지해 왔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한미간 공조 면에서 미국이 그런(독단적) 인상을 줬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면서도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프리스텁 연구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제한 뒤 노 대통령이 이야기한 자주국방이 어떤 뜻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말이 만일 한미 동맹을 깨겠다는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는 그 뜻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미 동맹은 별개다=백악관 당국자는 한미 군사동맹 역시 이제 국제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재편은 10년 전부터 논의돼 온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적 위협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 세계적 미군 재편작업의 일환이지 한미 군사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민감한 시점임을 고려해 한 가지씩 차근차근 진행시킬 것이라면서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commitment)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부 당국자는 주한미군 감축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병력 감축은 첨단 과학기술과 장비를 갖춘 군사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며 한미 군사동맹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시작전권 반환도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행정부 당국자는 실질적인 계획이나 시한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과 밀접한 통합작전권(integrated command)을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헤리티지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향후 3년 내 실질적인 감축은 예상하기 힘들고 설사 감축되더라도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병력 감축이 한미 군사동맹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축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오판할 여지가 있어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면서 부시 대통령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 점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생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