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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찬스에 퇴물취급 서러워

Posted January. 05, 2004 22:49,   

대박찬스에 퇴물취급 서러워

춥다. 날씨가 추운 게 아니라 마음이 추우니 더 뼈저리다.

올해로 내 나이 33세. 이제 야구의 깊이를 알고 운동을 할 나이인데 남들은 벌써 퇴물 취급을 하니 서럽다. 야구선수로 대박의 기회인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지만 나 혼자 외톨이로 남았다.

FA를 유보하고 1년 계약만 하자던 LG는 아직 연락이 없다. FA가 되기 전 LG가 보여준 협상태도를 잊을 수 없다. 우리 입장은 이렇게 정해졌으니 알아서 하라?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사람 마음이다. 넌 FA 돼도 갈 팀이 없으니 FA 선언하지 말고 1년만 뛰라는 얘기 아닌가. 편법을 써서 그렇게 계약했다고 치자. 내가 후배들 얼굴 어떻게 보겠는가. 내 자존심이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 요구조건이었다.

LG는 아마시절 내가 정말 뛰고 싶던 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어디 나가면 난 진짜로 LG팬이에요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렇게 홀대받고 다시 LG에서 뛸 생각은 없다.

물론 지난해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1년 성적으로 내 야구인생을 평가받는 건 너무 억울하다. 충암초교 4학년 때부터 23년 동안 야구를 해 왔다. 그 23년을 단 1년으로 평가받는다고?

내가 요즘 훈련하고 있는 곳은 서울 동작구 대방동 집 근처 강남중 운동장. 오후 2시경부터 후배들과 운동을 같이 한다.

중학교 선수들과 운동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많은 도움을 얻는다. 수비훈련도 같이 하고 티배팅도 하고 운동장도 같이 달린다. 창피하기보다 이 아이들 덕에 훈련할 수 있으니 오히려 고맙다.

훈련을 아침부터 못하는 건 규민이 때문이다. 규민이는 지난해 11월 23일 태어난 소중한 첫아들. 한데 이놈이 밤잠이 없어 집사람(이미선30)이 고생을 많이 한다.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밤새 아이 달래다 보니 모자란 잠을 아침에 보충한다. 나 참, 아이도 태어났으니 이제 분유값도 많이 벌어야 되는데. 기저귀 값이 그렇게 비싼 줄 처음 알았다.

새해엔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본다. 어느 팀으로 가든 야구는 다시 할 것이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유지현이 안 죽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한소리 한다. 94년 신인 삼총사로 우승을 이끌었던 서용빈 유지현 김재현이 다 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하지만 난 우리 셋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헤치고 다시 근사하게 야구할 거라고 믿는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