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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특별시'

Posted December. 17, 200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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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의 네버랜드(Neverland)와 용인의 에버랜드(Everland). 네버랜드는 피터 팬의 고향이다. 어린이가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어린이로 남을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다.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후크선장에 등장하는 늙은 피터 팬(로빈 윌리엄스)은 그가 네버랜드를 떠난 탓에 그리 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에버랜드는? 에버(Ever)는 영원하다는 의미가 담긴 단어다. 그 영원에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영원한 꿈의 동산 네버랜드가 담겨 있다. 그런 네버랜드와 에버랜드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영원의 공간에서 어른에게는 동심어린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환상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 에버랜드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최고의 명절이다. 크리스마스란 그 자체가 매직(magic마법) 아닌가. 평소와 달리 모르는 사람끼리도 인사를 나누고, 잊었던 사람에게는 카드를 보내고, 떨어졌던 가족은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며 서로 지난 잘못을 용서한다. 그리고 모두가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주는 화해와 사랑의 마법에 걸리는 시간이다. 지금 에버랜드에 들어선 산타 빌리지는 그런 매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5월이면 온통 튤립으로 뒤덮였던 그곳(포시즌즈 가든6000평). 지금은 산타 빌리지로 꾸며졌다. 산타클로스(물론 관광용이지만)가 사는 북극권 부근의 로바니에미(핀란드) 에 있는 산타빌리지보다 더 동화적이다. 예쁜 집과 캐릭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식된 광장. 그 안에 들어서면 누구나 크리스마스 매직에 걸리고 만다. 마음은 열리고 용서와 화해, 사랑이 노여움과 갈등, 미움을 몰아낼 것만 같은 그런 마법에.

유럽의 이맘때 풍경. 시청 벽과 공원의 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지고 시청 마당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 그러면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은 시장 노점에서 선물과 장식을 사고 군것질을 한다. 아이들은 과자와 초콜릿을 먹고 어른들은 계피 설탕 오렌지를 넣고 뜨겁게 데운 글루바인(Gluewein와인)을 호호 불어 가며 마신다. 그 옆 임시우체국에는 카드를 부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선다.

이런 풍경을 올해는 크리스마스 특별시를 선포한 에버랜드에서 만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정문 앞에 섰다. 거기서 500여 가지의 크리스마스 테마 상품을 살 수 있다. 물론 글루바인 한 잔으로 언 몸을 녹일 수도 있고. 30만개의 전구로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도 곳곳에 있다. 이런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점등식(매일 오후 5시30분)과 함께 고조된다. 공원이 마법의 성으로 바뀌는 것도 조명이 빛을 발하는 이때부터다.

눈으로 보는 크리스마스에 귀로 듣는 크리스마스까지 더해지면 사람들은 일상을 잊고 축제의 흥취에 빠진다. 자유이용권에 포함시키기에는 과하다 할 정도로 볼 만한 무대공연과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의 꿈(실내공연)은 연말 단골 공연인 호두까기 인형과 스크루지를 춤으로 표현한 무대. 3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산타 복장 합창단과 브라스밴드의 공연(야외)인 캐럴 판타지, 100여명의 내외국인 단원이 거리에서 펼치는 크리스마스 판타지 퍼레이드 역시 볼거리. 최근 세계테마파크협회로부터 대상을 수상한 야간의 조명퍼레이드(문라이트 퍼레이드)는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환상적인 거리 조명 퍼포먼스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매일 오후 8시10분 산타 빌리지에서 밤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조명 쇼 크리스마스 매직 인 더 스카이다. 하늘로 쏘아올린 12대의 서치라이트 빛줄기가 폭죽, 인공눈 등과 한데 어울려 빚어 내는 밤하늘 모습. 이제껏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장면이다. 20m 높이의 공중에서 2000개의 전구로 장식한 사슴썰매를 타고 산타가 날아가는 비행 장면은 압권이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에버랜드의 산타 빌리지 안에서 파라솔 모양의 야외 스토브 아래 언 몸을 녹이며 크리스마스를 몸으로 느껴 보자. 공원 식당에서는 특별메뉴도 제공한다. 그중 산타 빌리지 옆 식당 플란더즈의 창가는 공연도 곁눈질할 수 있는 명당. 이 모든 행사는 무려 100억원을 들여 1년간 준비한 것으로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판타지라는 이름 아래 진행 중이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