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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19세' 별을 땄다

Posted November. 02, 20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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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한번 찾아온 행운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딱 1타 차의 불안한 리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65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이 와 하는 갤러리의 함성 속에 핀 왼쪽 2m 지점에 붙었다. 가볍게 퍼터를 떠난 공이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글. 그린 위 소녀는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무서운 10대 안시현(19코오롱).

2일 제주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25만달러) 최종 3라운드.

올해 국내 여자프로 1부 투어에 뛰어든 새내기 안시현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에 보기 3개로 4언더파를 쳐 합계 12언더파로 국내외를 통틀어 자신의 정규투어 첫 우승컵을 안았다. 9언더파의 박세리(CJ) 박지은(나이키골프) 박희정(CJ) 로라 데이비스(영국) 같은 강호들을 모두 공동 2위로 밀어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자신의 통산 상금(1억2000만원)에 두 배 가까운 18만7500달러(약 2억2000만원).

1950년 출범된 미국 투어에서 안시현처럼 비회원이 우승한 경우는 1994년 고우순이 일본에서 벌어진 토레이 재팬 퀸스컵에서 우승한 뒤 9년 만이며 사상 두 번째.

게다가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킨 안시현의 우승은 보통 우승이 아니었다. 올 시즌 국내 투어 상금랭킹 4위 자격으로 12위까지 주어진 초청장을 받아 꿈의 무대인 미국 투어를 프로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밟았던 것. 안시현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시즌 미국 투어 컨디셔널 시드 1번 순위를 받아 사실상 전 경기를 출전할 수 있게 된 데다 2005시즌 풀시드까지 확보해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박세리, 데이비스와 맞대결을 벌인 안시현은 거침없는 기세로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거센 추격을 받았고 16번홀(파4)에선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3온2퍼트로 보기를 해 10언더파가 되며 1타 차까지 바짝 쫓겼다. 그러나 출전 자체가 영광이라던 그에게 두려울 게 없었다. 17번홀(파3)의 어려운 파세이브에 이어 18번홀 이글 퍼팅으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해 챔피언 박세리는 이날 4타를 줄였으나 안시현의 돌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코알라 박희정(CJ)은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해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순위를 확 끌어올렸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