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하는 농업연수생들=충남 홍성군 축산영농법인 양돈사랑에 8월 초 배치된 우즈베키스탄인 농업연수생 2명은 1주일 만에 달아났다. 양돈사랑 이주환 관리부장은 이들은 40여만원어치 국제전화를 쓰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21일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대행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출신 농업연수생 498명 가운데 13%인 65명이 도주했다. 농가들이 신고를 미루고 있어 이탈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한 외국인 연수생들이 남아 있는 동료들을 부추기는 바람에 농가는 예기치 않은 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농업연수생 7명을 배속받은 강원 철원군 인송영농조합법인 관리인 현제훈씨(57)는 연수생들이 도주한 동료에게서 공장에서 월 250만원씩 받고 일한다는 전화를 받고 동요해 기본금에다 15만원씩 월급을 올려줬다고 말했다.
일부 연수생들은 입국하기 전부터 공장 등지에서 일하는 같은 나라 친지들과 연락해 미리 일자리를 확보하거나 브로커 등을 통해 한국에 가는 수단으로 농업연수생 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사에 문외한인 연수생들=충남 아산시 금오양돈 강재호 대표(43)는 연수생 3명을 데리고 한달째 일하면서 답답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2명은 전직 택시운전사나 목공이어서 농사일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농민들은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수화()를 익혀야 할 판이다. 연수생들은 입국한 뒤 2주 동안 우리말과 문화 풍습, 농업 기술을 익힌 뒤 농가에 배치된다.
우리말과 문화를 잘 아는 측면에서는 중국 동포가 유리하지만 정부는 이들이 달아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연수생으로 받기를 꺼리고 있다. 중국 옌볜()에서 표고버섯농장을 경영하는 오명환씨는 중국 동포라 해도 현지에서 철저한 검증과 신원보증 절차를 거치면 달아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상의 문제점=농림부는 2005년까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몽골 중국 등 6개국에서 연수생 5000명가량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농민들은 올해 1125명을 신청하는 데 그쳤다.
농민들은 연수생을 쓰려면 신청서, 영농규모 확인서, 납세서류 등 각종 서류를 갖추려 6, 7개 기관을 들락거리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불법체류 외국인을 선호하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은 비용 때문에 연수생을 고용할 엄두를 못 낸다. 퇴직금을 포함한 기본급 65만원에 건강 산업재해 상해 임금체불보상 등 4개 보험 가입비, 숙식비 등을 합치면 연수생 한 명당 월 120만원 안팎이 들기 때문.
한편 연수생들의 이탈현상에 대해 농림부 허인구() 농촌인력과장은 인력송출회사에 농업연수생 이탈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을 박탈할 계획이라며 이탈 연수생이 생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앞으로 연수생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