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에서 그린까지
돈 반 나타 주니어 지음 정승구 옮김
골프는 성격이다. 흔히들 여행과 술, 골프를 함께 해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원제 First Off the Tee)에는 윌리엄 H 태프트(27대)에서 조지 W 부시(43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미국 대통령을 지낸 17명 중 14명이 등장한다. 그들의 정치성향과 성격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골프를 즐겼다는 것. 골프는 백악관 주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였다.
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도 골프채를 잡으면 그저 보통 사내와 다를 바 없다고 결론지었다. 과연 미국 대통령들은 스포츠 경기 중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골프 본연의 정신에 얼마나 충실했을까.
저자는 14명 중 12명의 대통령을 3가지 유형, 즉 순수파 최악파 사기꾼파로 분류했다.
무수한 멀리건(미스샷을 타수에 가산하지 않는 것)을 남발한 것으로 악명 높은 빌 클린턴은 사기꾼으로 분류됐다. 반면 순수파인 존 F 케네디는 깨끗한 매너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베스트 플레이어로 꼽혔다. 체중이 160kg이나 되는 거구였던 최악파 태프트에 대해서는 스모선수가 골프 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특히 2002년 8월 저자가 클린턴과 가진 6시간에 걸친 동반라운드 기록은 흥미진진하다. 클린턴의 골프스타일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골프공 가지고 하는 야바위라는 것. 클린턴의 경우 멀리건이 아니라 아예 그의 전매특허라는 의미에서 빌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미국 골프협회는 플레이어는 홀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연습 샷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벌타는 2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저자와의 라운딩 중 모든 홀에서 이 규칙을 위반했다. 페어웨이 아이언 샷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세 번 반복한다. 그린 근처에서도 걸핏하면 이게 내 첫 샷이던가, 아니면 이건가? 기억이 나질 않는군하고 둘러대기 일쑤다. 오죽하면 1996년 클린턴과 대결한 공화당 후보 밥 돌이 골프장에서 클린턴의 정직성을 정치이슈로 삼으려 했을까. 그럼에도 클린턴은 한두 개의 연습샷을 치긴 했지만 내 점수는 정확하게 기록한다네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저자는 무엇을 하고 싶어할 때는 그걸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정치가 클린턴의 소신이 골프에도 투영된 것이 아닐까 반문한다. 이 사람은 정말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기는 기록에서 절대 단 한 타도 깎은 적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답게 저자는 지난 100년의 미국역사 중 골프를 치지 않은 3명의 대통령(허버트 후버, 해리 트루먼, 지미 카터)은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는 것을 찾아냈다. 또 앨 고어와 밥 돌, 마이클 듀커키스, 월터 먼데일에 이르기까지 골프를 치지 않은 최근 대통령후보들은 골프에 대한 애정으로 소문난 경쟁자들에게 모두 패배했다는 점도 짚었다. 제럴드 포드를 꺾고 당선된 지미 카터는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골퍼인 경쟁자를 꺾은 유일한 비 골퍼(non-golfer)였다.
그러므로 만약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골프를 치고 공개적으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직 대통령인 부시와 그의 부친인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를 특별하게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 부시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부시 부자()의 골프가 속도골프라고만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성공적인 라운드는 타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치느냐입니다. 우리는 늘 3시간 이내에 18홀을 돌 수 있도록 칩니다.
부시 부자의 최단시간 18홀 라운드 기록은 1시간42분. 아버지처럼 부시 대통령 또한 자기 파괴적인 조급함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골프라운드 시간으로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