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임기 3년의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돼 사실상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갔다.
고이즈미 총리는 20일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당원 대표를 대상으로 실시된 총재 선거에서 총투표수 657표 중 과반수보다 70표 많은 399표(득표율 60.7%)를 얻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는 이어 21일 자민당 간사장에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 정조회장에 누카가 후쿠시로() 간사장 대리를 임명하고 호리우치 미치오() 총무회장을 유임시키는 당3역 인사를 단행했다. 야마사키 다쿠() 전 간사장은 부총재에 임명됐다.
고이즈미 2기 내각은 22일 인선 발표와 함께 출범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10월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11월 중 총선거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일본 정계는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들어갔다.
고이즈미 총리 승리 비결은 총선 경쟁력=공식적으로 무파벌을 표방한 고이즈미 총리가 대승을 거둔 데는 50%가 넘는 일반 국민의 지지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책면에서 그를 비판해 온 현역의원 중 상당수가 그에게 표를 던진 것도 고이즈미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기 때문.
일본 언론은 대도시 중산층과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 주요 파벌들이 저마다 그의 재선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여전히 당내 다수를 점하는 보수파들은 공기업 민영화와 재정지출 억제로 대표되는 구조개혁 노선의 수정 또는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개혁 시련 불가피=고이즈미 총리는 재선이 확정된 직후 구조개혁을 착실히 추진해 경제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실력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공공 공사에 정부 돈을 좀더 많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금융부실 처리를 주도해 온 대학교수 출신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금융상의 교체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압승으로 개혁노선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줄어들겠지만 총리 자신이 지지세력을 달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경화 가속=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바탕 위에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협력해 나가는 외교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경화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 그는 총재 경선 중에도 자위대는 (군대로서) 적법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헌법개정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견을 듣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군비증강과 개헌에 의욕을 보였다.
대북 강경파인 아베 부장관을 발탁한 것도 총선에 대비하려는 목적 외에 개헌에 적극적인 점 등이 자신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