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농심()=전북 남원 순창 무주 장수 진안 일대 산간지역에서는 수확을 앞둔 약 4000ha의 조생종 벼가 이삭이 패지 않거나 여물지 않는 냉해가 심각하다. 남원시 4개 읍면 농민 1500여명은 3일 정부가 냉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요구하며 벼 500여평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시위를 벌였다.
3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 고동리 들녘. 잦은 비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벼멸구, 잎도열병 등 병충해가 크게 번지자 방제에 나선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즐기며 황금물결이 출렁이길 기다리던 예년과는 딴판이었다.
이 마을 나기주씨(45)는 혹명나방이 급속히 번져 벼잎이 하얗게 변해 수확량이 30% 정도 줄 것 같다며 병해충이 번져도 비 때문에 제때 농약을 살포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 주산지인 금천면 신가마을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배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흑성병이 번지면서 품질이 크게 떨어져 추석 대목에 배를 출하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1만3000여평 규모의 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진씨(53)는 개화기인 4, 5월에 비가 많이 내려 흑성병이 발생한 6000여평은 수확을 포기했다며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낙과()로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는데 올해도 적자가 뻔하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최근 조사한 결과 10a(300평)당 착과 수가 단감은 지난해보다 498개 적은 8673개, 사과는 1122개 적은 7696개, 배는 194개가 적은 7166개였다.
고추 참깨 등 밭작물도 잎이 말라죽는 역병과 탄저병에 시달렸다. 고추는 전남북지역 전체 재배 면적 1만9739ha 가운데 7394ha가 피해를 보았고 충남지역에서는 평년보다 20% 정도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시름의 바다=적조가 며칠만 더 늦게 왔어도 출하할 수 있었는데.
1일 적조가 휩쓸고 간 전남 완도군 신지면 내동리 가두리 양식장. 이정우씨(35)는 하루 사이에 1.5kg 이상의 광어 20만마리가 허옇게 배를 드러내며 죽어 인근 논밭에 묻었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양식장을 하는 7가구 모두가 22일부터 지금까지 전복 100만개, 광어와 우럭 80만 마리가 떼죽음하는 피해를 보아 마을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전남도는 2일 현재 여수와 완도에서 160만9000여 마리가 적조로 폐사하는 등 도 전체에서 어류 485만4000마리와 전복 300만개가 적조로 인해 폐사해 피해액이 1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적조 경보가 내려진 경남 통영과 남해 등지에서도 어류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통영시 산양읍 곤리 해역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우럭과 참돔 등 양식 어류 12만여 마리가 폐사한 이후 3일 현재까지 통영과 남해에서는 100여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수산당국과 어민들은 지난달 14일부터 남해안 일대에서 8만1000t의 황토를 뿌리는 등 방제에 나서고 있으나 유해성 적조생물의 밀도가 워낙 높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