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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대동령 검찰관 혼란스럽다

Posted August. 28, 2003 22:20,   

노무현 대통령이 전남 광양에서 한 발언은 검찰을 위축시키고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누구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표면적으로는 감찰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지칭한 것 같지만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감독받지 않는 검찰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굿모닝시티 비리와 현대비자금 사건 수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동안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온 노 대통령이 앞뒤 설명 없이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정지역의 정서를 고려해 현대비자금 수사를 검찰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누구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 검찰을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 비리에 대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조사를 받은 것이 현실이라며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 비리는 민심이 분노한 권력형 비리였다. 노 대통령 말대로라면 유죄판결을 확정한 대법원은 별것도 아닌 수사를 추인했다는 뜻인가. 청와대 대변인은 수사의 대상이 안 된다거나 수사해서는 안 될 걸 수사했다는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천금같이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매번 대변인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돼야 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김수환 추기경은 노 대통령 특유의 소신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소신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소신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나라와 민족을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