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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이젠 더이상 없어야"

Posted July. 25, 2003 21:32,   

625전쟁 때 숨졌거나 각종 무력 도발 등을 행하다 국군에 의해 사살된 북한군 유해가 매장돼 있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적군 묘지.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묘역은 잔디가 심어져 있는 등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으나 주초에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잡초가 제법 자라 있었다.

묘역 입구에는 군사시설이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인근 주민들조차 이곳을 공동묘지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정표도 없고 도로변에서 약 300m 떨어져 있는데다 진입로도 없어 이곳을 관리하는 육군 비룡부대 관계자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묘역 아래쪽에는 헬기 착륙장이 있고 1묘역 바로 앞에는 북한군/중국군 묘지 제1묘역이라고 쓰인 콘크리트 안내판이 서 있었다.

1996년 7월 조성된 900여평 규모의 1묘역이 만장된 이후 2000년 6월 같은 크기의 2묘역이 조성됐다. 1묘역에는 158구의 유해가, 2묘역에는 25구의 유해가 화장된 뒤 매장돼 있다.

높이 50cm 가량의 자그마한 각 봉분 앞에는 흰색 말뚝에 묘지 주인의 이름과 계급이 적혀 있지만 신원이 확인된 것은 20여기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무명인으로 적혀 있었다.

이곳은 동족상잔의 한 흔적이기도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무력 도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625전쟁 때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구의 북한군 및 중국군 유해와 청와대 습격사건 때 사살된 무장공비 30명,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98년 반잠수정을 타고 여수 앞바다로 침투했다가 사살된 북한 공작원 6명 등이 매장돼 있다.

2묘역에는 추가 매장을 예상한 듯 깊이 40cm의 원형 가묘(구덩이) 10여개가 만들어져 있어 아직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이 묘지가 조성된 것은 교전 중 사망한 적군이라도 묘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정에 따른 것. 하지만 북한측이 공비를 침투시킨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유해를 인도받길 거부한 탓이 더 크다.

비룡부대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며 이 묘역을 통해 북한이 무력 도발의 참담한 결과를 인식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