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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 반격 잠잠 이라크 속셈 뭘까

Posted March. 23, 2003 22:25,   

이라크는 왜 생화학무기를 쓰지 않을까.

23일로 미군이 개전한 지 100시간이 지났지만 이라크의 대응 양상이 미국과 언론의 사전경고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당초 미 국방부와 언론은 이라크가 개전 초 생화학무기 사용, 유정() 방화, 인간방패 강제 활용, 이스라엘 공격 등을 감행할 것이며 선제 공격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취약했던 미영의 개전논리에 힘을 보탰던 것이 사실.

왜 생화학무기 사용하지 않나=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전범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미국의 사전 경고가 이라크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라크의 주장대로 생화학무기가 없을 수도 있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동안 전문가 200여명을 동원, 집중 사찰했으나 생화학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결정적인 승부처가 바그다드이기 때문에 바그다드 공방전 때 이를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많다.

유정 방화는 전체 400군데 중 7군데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이라크측은 방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령 방화라 하더라도 걸프전 때의 방화규모에는 훨씬 못 미친다.

또 이라크는 개전 후 쿠웨이트를 향해 미사일 10기를 발사했으나 모두 고체연료를 이용한 아바빌-100 미사일이었고 고성능 유도탄인 스커드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미 국방부가 23일 확인했다. 91년 걸프전 때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적인 대규모 공격으로 확전시켰던 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인간방패 강제 활용 않나=현재 이라크는 인간방패 자원자들에게 대기할 장소를 지정해주고 있지만 강제성을 띠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인간방패 지원자 배상현씨는 바그다드 인근 발전소에서 대기하다 20일 바그다드 시내 알 파나르 호텔로 제지 없이 들어와 방공호에 피신 중이다.

이라크 외무부로부터 손쉽게 입국비자를 얻기 위해 인간방패 자원자라고 속이고 입국했던 한 한국 사진기자는 19일 기자임이 들통났으나 이라크측이 인간방패를 할 건지, 기자임을 인정하고 출국할 건지 선택하라고 해 이날 제지 없이 요르단으로 돌아왔다.

후세인, 외교적 승리 노리나=이는 이라크가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인도적 항전을 내세워 명분에서 미국에 앞서려는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22일 미영군 포로들을 임의 처단이 가능한 용병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각료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포로로 대우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최대 관심사인 생화학무기의 경우, 후세인 대통령이 앞으로 이를 사용한다면 미국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이 끝내 생화학무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쟁의 명분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떠안을지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는 바그다드의 장기 항전이 아니라 후세인 대통령이 끝까지 원칙을 지켰던 순교자로 남는 경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이슬람권과의 대()테러 전쟁에서 전례 없는 수세에 몰릴지 모른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