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모처럼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임을 실감하게 한 의미 있는 접촉이었다. 양국 정상은 덕담을 나누며 초미의 관심사인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5분은 필요한 얘기를 다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손상된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민감한 시기에 한미 정상이 주요현안에 대해 비록 총론적인 성격이기는 하지만 선의()를 주고받았으니 이를 잘 활용해 양국의 갈등을 봉합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이 반이라는 식으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북한 핵문제만 해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한미 양국간에 이견이 엄연히 존재한다. 해결 방식에 대해 미국은 다자대화를 주장하면서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수개월 내에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것이라며 사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전화통화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풀이했으나 백악관은 다자틀 속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혀 양국의 시각차를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화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우리가 미국을 지지한 데 대한 감사표시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는 해석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지지선언을 했으니 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부시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
물론 동맹국인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고 그에 대한 인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교란 어차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상대방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한 외교다. 이번 전화통화가 양국간 북핵 해결을 위한 지혜로운 방안을 도출하는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