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최대의 권력기관은 대통령직인수위라고 한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오랫동안 보좌해온 측근들의 대거 진출로 그 영향력이 한결 커질 조짐이다. 노 당선자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측근들의 인수위 포진은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혹 구태정치의 망령인 측근정치가 되살아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권력메커니즘상 노 당선자와 상시 교감이 가능한 측근들이 국정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새 정권이 정식 출범하면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요직으로 진출할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해바라기들이 주변에 몰려들 게 틀림없다. 대선 1등공신인 민주당 모 인사의 집은 새해 첫날 일면식도 없는 세배객들까지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것이 권력의 염량()세태인 것이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이 젊고 참신하며 개혁적이라곤 하나, 그들의 의지와 자제력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주어진 막중한 권한과 책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균형감과 판단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궁금해하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도 권력의 유혹이 치명적이다. 5년 전 동교동계도 자리를 탐하지 않고 뒤에서 DJ를 돕겠다고 선언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권력의 꿀단지에 빠져 끝내 헤어나지 못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권력을 업고 잇속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쥔 사람들보다 훨씬 은근하고 집요하며 노회하기 마련이다.
노 당선자는 처음부터 측근들의 역할을 엄격히 제한해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측근들의 조직화나 실세화를 막아 의사결정구조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청탁하면 패가망신 원칙은 측근들에게부터 확실히 적용해야 주위에 인()의 장막이 쳐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권력의 일탈 역시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