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올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은 김성근 감독(60사진)을 23일 전격해임했다. 지난해 5월 이광은 감독이 중도하차한뒤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 감독은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었다.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고 경질된 것은 86년 김영덕, 90년 정동진(이상 삼성) 감독에 이어 세 번째. 김 감독의 해임으로 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우용득(롯데), 이광환(한화), 강병철(SK) 감독을 포함, 8개구단 가운데 절반인 4명의 사령탑이 옷을 벗게 됐다.
과연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아봤다.
당신야구는 김성근야구지, LG야구가 아냐.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인 11월13일 김 감독과 어윤태 사장(55) 단 둘이 독대한 자리에서 어 사장은 김 감독에게 LG가 추구하는 야구는 이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 사장은 LG 트윈스 단장 재직중이던 93년부터 95년까지 신바람 야구 붐을 일으키며 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주역중 한 명. 그는 스타를 키우고 공격적이고 화끈한 야구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만원짜리가 있고 천원짜리가 있으면 나도 당연히 만원짜리를 쓰고 싶다. 하지만 천원짜리밖에 없으면 당연히 천원짜리 야구를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했다. 올시즌 마운드 벌떼작전 등 지키는 야구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김 감독은 팀전력이 안되는 상태에서 어떻게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는 것.
이들의 갈등은 시즌 초부터 표면화됐었다. 어 사장은 LG 스포츠단내 씨름과 배구, 축구를 두루 거친 뒤 지난해 12월 야구단 사장으로 부임했다. 두 사람은 선수 연봉 문제에서 처음 부딪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 기를 살려주기 위해선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연봉문제 선처를 부탁했으나 알았다고 한 어 사장이 구단방침대로 관철시키는 바람에 주전인 이병규 김재현이 연봉조정 신청을 하며 구단과 대립하기도 했다.
현재의 LG에는 미래가 없다.
어 사장과 김 감독은 시즌 뒤 코치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LG는 올해 김 감독의 요청으로 세이케 마사가즈(수비)와 가토 하지메(투수)라는 두 일본인 코치를 영입했었다. 어 사장은 일본인 코치는 바꿔야 한다고 했고 김 감독이 새로 추천한 계형철 이광길 코치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감독은 야구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 인사권이 없는 상태에선 감독이 할 일이 없다고 반발했다는 것.
어 사장은 24일 떠나는 사람을 두고 흠집을 내고 싶지 않다면서도 현재의 LG에는 미래가 없다고 해임이유를 내비쳤다. 그는 일 주일 후에 차기감독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감독에는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이광환 전감독이 유력한 상태.
한편 LG 트윈스 홈페이지(www.lgtwins.com)엔 김 감독 해임소식이 알려진 뒤 구단과 어 사장을 비난하는 팬들의 의견이 하루만에 무려 1000여건이나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