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꿈만 같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남는 긴 세월 동안 그들은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새 황선홍(34전남 드래곤즈)과 캡틴 홍명보(33포항 스틸러스). 한국 축구의 두 별이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월드컵 4회 연속출전, 그리고 4강 신화의 주역. 그러기에 고별무대는 외롭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를 앞두고 멋진 경기로 태극전사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 영광스럽게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황선홍은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어도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왼쪽 팔뚝에 주장 완장을 찬 홍명보도 월드컵 때 중앙수비수로서 막강 스리백을 이뤘던 최진철 김태영과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황선홍과 홍명보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축구의 산 역사. 88년 12월 아시안컵대회에서 처음 대표팀에 뽑힌 황선홍은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브라질전 전까지 A매치 102경기 출전에 차범근(55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0골. 이 가운데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터뜨린 선제골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역시 1990년 2월4일 노르웨이와의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A매치만 국내 최다인 135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스페인과의 준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골을 꽂아 승리를 결정지은 뒤 운동장을 질주하며 터뜨린 환한 웃음은 온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황선홍과 홍명보는 A매치 71경기에서 함께 뛰며 27승27무17패의 전적을 남겼다. 9397년에는 포항에서 팀 동료로 활약했다.
정든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들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내년 시즌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로 진출하는 홍명보는 2년간 선수 생활과 영어공부를 병행한 뒤 미국과 영국에서 선진축구를 익혀 지도자로 변신할 계획.
또 올해 일본 무대에서 전남으로 복귀한 황선홍은 당분간 소속팀을 지키면서 미국 진출을추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