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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형비리 법집행 왜 무딘가

Posted November. 12, 2002 23:05,   

현 정권의 대표적 권력형 비리의 하나인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 대한 특별가석방은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한다.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고 진씨의 도피를 도운 죄에 비해서도 형량(징역 1년)이 가벼운 편이었는데 만기출소 두 달 정도를 앞두고 가석방까지 해준 것은 특혜 냄새가 짙다.

가석방 과정에도 의문점이 많다. 법무부는 형식 요건과 절차를 갖춘 이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김씨처럼 중요 인물을 일반 잡범들과 섞어 가석방한 사례는 드물다.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춰 가석방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당당하지 못했다.

외부 인사와 내부 인사 각각 4명씩으로 구성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김씨의 가석방안이 통과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다지만 가석방 결정 당시 심사위원장(법무차관)이 김각영 신임 검찰총장이었던 데다 김 총장이 서울지검장 재직시 지휘한 진승현 게이트 수사에 대한 부실 논란마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권력형비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김씨의 입을 막기 위해 가석방을 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특수사업비 불법조달 의혹과 관련돼 있고 정권실세인 권노갑씨에게 수시로 정보보고를 해왔으며 경기 성남시 백궁 정자지구의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사실을 폭로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김씨인 만큼 정권 차원의 회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액수의 금품수수와 조세포탈혐의로 기소된 김홍걸씨(김대중 대통령의 3남)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 청탁 개입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주된 석방 이유다. 그러나 권력이 항상 가볍게 청탁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은 무겁게 여기는 게 현실 아닌가.

현 정권의 권력형비리에 대한 선처는 차기 정권의 몫이어야 한다. 현 정권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설거지를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