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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에인절스

Posted October. 21, 20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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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하던 애너하임의 에디슨필드는 한 선수의 등판과 함께 갑자기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혜성과 같이 나타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구원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20). 5회까지 11안타 9득점을 폭발시켰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불 방망이는 6회 그의 등장과 함께 숨을 죽였다.

첫 타자 리치 오릴리아와 제프 켄트는 공 3개로 나란히 연속삼진. 당대 최고의 타자 배리 본즈마저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공 7개로 간단히 아웃카운트 3개. 로드리게스는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150대의 대포알같은 강속구와 활처럼 휘는 슬라이더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3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단 한명의 주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은 퍼펙트 피칭.

질질 끌려가던 애너하임 타자들은 마운드가 안정을 찾자 힘을 얻었다. 8-9로 뒤진 6회말 2사 1,2루에서 가렛 앤더슨의 우전안타로 동점을 만든 뒤 8회말 드디어 경기를 뒤집었다. 2사 1루에서 또 한명의 히어로 팀 새먼(34)이 좌측담장을 넘는 결승 2점포를 쏘아올린 것.

팀 새먼은 메이저리그 현역선수중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 92년 데뷔 후 11시즌 1388경기를 치른 뒤에야 비로소 포스트시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새먼은 이날 2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을 폭발시켰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날 홈런을 날린 배리 본즈가 2사후 솔로아치를 그리며 1점차까지 추격했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운 상태.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역전의 디딤돌을 놓은 애너하임의 루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포스트시즌에서만 5승째(무패)를 따냈다. 7경기 13이닝 동안 탈삼진 19개에 평균자책 1.38.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이 자신의 첫 5승을 포스트시즌에서만 따낸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올해 9월19일 빅리그에 데뷔, 160 가까운 강속구를 주무기로 5경기에서 5와 3분의2이닝 동안 13탈삼진으로 가능성을 보여 포스트시즌에 전격합류했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는 이 경기가 끝난 뒤 하늘에서 온 애너하임의 천사(에인절)는 바로 프란시스코라는 제목을 뽑았다.

28안타 21득점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11-10으로 힘겹게 승리, 월드시리즈 1승1패로 균형을 이룬 애너하임은 23일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원정 3연전을 치른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