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만 38세 3개월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사상 최장 기록인 페넌트레이스 17시즌 2439경기만에 처음 출전한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데뷔 첫 타석 홈런의 진기록을 세웠다.
본즈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애너하임 선발 제롯 와쉬번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128m짜리 선제 결승 1점홈런을 터뜨려 팀승리의 주역이 됐다. 본즈의 이 홈런은 96년 앤드류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이은 역대 월드시리즈 데뷔 첫 타석에서 나온 26번째 홈런.
지난해 73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메이저리그 사상 최다인 4번씩의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독선적인 성격 탓에 동료와 언론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던 야구 귀족 본즈가 이날 독불장군의 불명예를 씻어낸 것도 기쁨 두배.
전날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는 개인의 능력에 앞서 팀 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본즈는 6회초 J T 스노우의 쐐기 홈런이 터지자 시즌중 주먹다짐까지 벌였던 팀내 백인 라이벌 제프 켄트와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연출했다.
본즈의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샌프란시스코는 1사후 혹독한 포스트시즌 슬럼프(34타수 5안타)를 겪었던 레지 샌더스가 1점홈런으로 뒤를 받쳤고 2-1로 쫒긴 6회초에는 양팀 통틀어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경험이 있는 스노우가 친정팀을 상대로 2점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굳혔다.
샌프란시스코는 곧이은 6회말 선발 제이슨 쉬미트가 선두타자 토니 글라우스에게 1점홈런, 2사후 애덤 케네디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점차까지 쫒겼지만 펠릭스 로드리게스-팀 워렐-롭 넨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이 남은 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4-3으로 승리했다.
반면 애너하임은 글라우스가 본즈에 이어 곧이은 2회말 역대 27번째 월드시리즈 데뷔 첫 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6회말 홈런을 보태 포스트시즌 사상 타이인 6개의 홈런을 기록한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디비전시리즈와 리그챔피언결정전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1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고 애너하임은 1차전 전패와 포스트시즌 홈경기 5연승후 첫패의 기록을 남겼다.
21일 오전 9시 열리는 2차전은 포스트시즌 2승에 평균자책 3.71을 기록한 러스 오티즈를 선발 예고한 샌프란시스코가 케빈 에이피어(1패4.11)의 애너하임보다 다소 유리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