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여드름이 막 나기 시작한 모습으로 아시아경기 요트 정상에 올랐던 소년. 그가 아이 아버지가 되어 다시 아시아를 제패했다.
9일 요트 420급에서 우승한 박종우(29강릉시청). 그는 13살 때인 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한국선수단 최연소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다. 당시 애티가 가시지 않았던 얼굴은 이제 검게 그을린 건장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1m60에 불과하던 키도 1m71까지 자랐다. 그 때의 장난꾸러기 소년이 지금은 두 살 난 딸을 둔 어엿한 아버지다.
서울대회 때 15세 이하 1인승 경기인 옵티미스트급에 출전했던 그는 이번 대회엔 파트너 이동우(29해운대구청)와 함께 2인승인 420급에 출전했다.
그에게 이번 대회 금메달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습관성 탈골증세가 있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레이스 도중 팔이 빠져 하마터면 경기를 포기할 뻔 했다. 2차 레이스에선 왼쪽팔이 빠지는 바람에 중반까지 1위로 달리다 3위로 골인했다.
요트는 팔힘으로 돛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한쪽 팔만으로 경기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빠진 팔을 다시 맞추느라 애먹었어요. 그는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다음날부터 어깨에 주사를 맞고 출전했지만 4차 레이스에서 다시 어깨가 빠졌다.
차라리 경기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 통증을 참고 4레이스서 1등을 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파트너 동우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결국 그에게 이번 대회는 다른 선수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그는 서울아시아경기 이후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해왔지만 이상하게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조롭고 힘만 드는 운동이 싫어 대천수산고 3년 때는 1년간 요트를 떠나기까지 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얻은 결실이기에 그에게 이번 금메달은 더욱 소중하다.
이 기분을 뭐라고 해야할지. 다른 선수들보다 두배 세배 열배는 기쁩니다. 그는 금메달을 가장 먼저 아내와 딸의 목에 걸어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