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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물에 빠진 공군 전투기

Posted September. 04, 2002 22:25,   

이번 태풍으로 강릉 모 전투비행단 소속의 전투기 16대가 물에 잠겨 수개월간 뜰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도대체 해당 부대가 어떻게 대처했기에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의문이다. 예고된 자연재해에도 이렇게 무력화되는 군이라면 군사적 비상상황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해도 불안해진다.

공군측은 한꺼번에 900의 폭우가 내렸고 부대 인근 저수지가 범람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변명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태풍에 대비했지만 전투기가 물에 잠긴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정도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큰비가 내렸으니 상황의 어려움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군은 어떤 경우에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의무가 있다. 전투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등 만반의 조치를 취했어야 옳다.

피해 사실을 쉬쉬하다가 일부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오자 사고 발생 이틀 뒤에야 이를 공개한 군 당국의 행태도 비판받을 만하다. 공군측은 국방부 재해대책본부에 피해상황을 보고했고 군사보안 때문에 이를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전투기가 물에 잠긴 초유의 사태를 일단 감추고 보겠다는 계산은 없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며칠 전 김대중()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그동안 위축됐던 국방비 증가율을 상향 조정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하지만 군이 값비싼 장비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 한 국방비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군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고가의 장비를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방비 증액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규명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침수된 전투기의 정비도 서둘러 공군전력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어떤 일에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을 보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