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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CEO 스톡옵션 규제 소극적 "회계부정 핵심 외면" 비난고조

부시, CEO 스톡옵션 규제 소극적 "회계부정 핵심 외면" 비난고조

Posted July. 12, 2002 22:46,   

스톡옵션 충격엔론, 글로벌크로싱, 월드컴 등 파산 또는 파산위기의 대기업 경영진은 갖은 방법으로 주가를 높여놓은 뒤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을 챙겼다. 엔론 CEO 제프 스킬링은 파산 직전 주식을 팔아 1억12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타이코 CEO 데니스 코즐로스키도 해고 직전 2억4000만달러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회계부정이 탄로나 주가가 곤두박질쳤을 때는 이들은 손을 턴 뒤였고 다른 투자자와 금융회사들만 손해를 떠안게 됐다.

주가가 일정수준(행사가격)이 되면 일정수량의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은 경영진에 경영성과를 나눠줌으로써 경영을 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경영성과가 모두 반영돼 있는 주가가 오르면 경영진도 이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그러나 이 제도는 최근 스캔들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회사 경영상태와는 관계없이 주가만 끌어올리면 경영진이 큰돈을 벌게 되는 것으로 변질됐다.

스톡옵션은 경영진으로 하여금 단기실적과 주가를 지나치게 중시하게 만들고 회계상 기업의 비용으로 계상되지 않으나 실제로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을 깎아먹으며 세금감면 혜택이 있어 정부재정이 축나는 등 경제적 충격을 준다고 11일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주주들의 반란경영 기여도를 훨씬 넘는 스톡옵션을 챙기려는 최고경영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주주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스톡옵션이 거부된 비율이 1995년 16.2%에서 작년 23.4%로 늘었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7월15일자)가 보도했다. 5월 최고경영진에 다량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던 미국의 존스 어패럴 그룹은 주주들이 들고일어나자 이를 철회했다.

스톡옵션 회계처리 논란현재 일반적인 스톡옵션은 기업의 손익계산서 상에 비용으로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5월 경영진이 보수로 받는 스톡옵션은 지속적인 영업활동의 범주에 드는 것이므로 비용으로 계상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보니 2000년 S&P 500 대기업의 순익이 9%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개했다.

국제 회계표준을 정하는 런던 소재 국제회계표준위원회(IASB)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미국 기업인들은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비용계상에 찬성하고 있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5월 스톡옵션이 행사될 때 비용으로 처리하자는 사견을 밝혔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B)의 마크 루벤스타인 교수는 한꺼번에 거액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년에 걸쳐 나누어 비용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미국 상원은 민주당 칼 레빈 의원(미시간주),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애리조나주) 등이 중심이 돼 기업이 스톡옵션에 대해 감세 혜택을 받으려면 이를 비용으로 계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기업 편향적인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홍권희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