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필리핀에서 한국인 24명을 태우고 운항하던 선박이 전복돼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사고 당시 가족을 돌보지 않은 한 선교사의 노력으로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대학생선교회(KCCC) 소속 선교사로 이번에 사고를 당한 KCCC 일행을 인솔하는 책임을 맡았던 오윤택 선교사(39). 그는 이번 사고로 같은 KCCC 소속 선교사인 부인 전상화씨(34)와 딸 은수양(6)을 잃었다.
사고 선박에 탔다 목숨을 건진 관광객 유민식씨(35)는 8일 배가 전복될 정도로 거친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 배에 타고 있던 24명 중 19명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구조선이 도착하기까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을 잘 수습한 오윤택 선교사의 역할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씨에 따르면 당시 배는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로 한 쪽으로 기울어지며 전복됐다. 배가 전복되자 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배 바깥으로 나오고 일부는 배에 갇혔다. 거친 파도로 배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가라앉는 상황이었다.
유씨는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필리핀인 선장이 있었지만 한국말을 못해 전혀 통제를 못했다며 오 선교사는 배 날개 쪽에 있는 게 안전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몸체 쪽으로 올라와서 배에 매달린 사람을 배 위로 끌어올리고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오 선교사는 구조선이 온 뒤에도 실신한 사람들을 인공호흡시키고 가슴압박도 시켰다며 환자들이 실려간 병원에 가서도 가족들은 돌보지 않고 병원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챙겼다고 전했다.
사고 선박에는 오 선교사와 아들 진우군(8)을 포함해 가족 4명이 타고 있었으나 오 선교사가 극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아내와 딸은 구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고 선박은 2월 초부터 어학연수 등을 위해 필리핀에 체류해온 KCCC 소속 선교사 및 대학생 22명과 도중에서 합류한 관광객 2명 등 한국인 24명을 태우고 필리핀 남부 휴양지 민도로섬 푸에르토갈레라항에서 인근 바탕가스항으로 가던 중이었다.
오 선교사는 1991년 목회 활동을 시작해 KCCC 군산지구 대표 간사를 거쳐 1999년부터 필리핀에서 전도활동을 해 왔으며 그동안 필리핀 내 언어선교훈련원 책임자로 일해 왔다.
KCCC는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www.kccc.org)에 유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취해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