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혼자서 게임을 좌지우지한다(뉴욕타임스)
지난주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미군이 면책되지 않는 한 유엔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 등 동맹국들은 미국이 국제법 위에 군림하며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중 잣대는 정확히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바다. 미국의 내년 국방예산은 군사면에서 세계 215위 국가들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4000억달러가 더 많다.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 2위인 일본의 2배다. 오늘날 미국은 모든 면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
이 같은 힘을 토대로 부시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교토의정서 등 주요 국제협약에 반대해 왔다. 그의 이 같은 태도는 비생산적일 수 있다. 역대 정권은 비록 막후에선 힘을 사용하더라도 공개적으론 동맹국과 협의하거나 유엔 등 국제기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결적 자세는 동맹국들을 소외시켜 미국의 대() 테러전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은 힘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의 군사기지와 항구, 활주로, 연료공급 등을 필요로 한다. 이런 것들이 없이는 이라크 공격은 생각할 수 없다. 국제형사재판소 문제로 동맹국들을 화나게 할 경우 부시 대통령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보 달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우격다짐으로 바라는 바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는 막대한 희생을 치른 보람 없는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