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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환대와 포르투갈 냉대

Posted June. 17, 200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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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팔자는 시간 문제였다.

월드컵에서 1승2패의 참담한 성적으로 일치감치 보따리를 싼 폴란드대표팀은 고국팬이 보여준 뜻밖의 환대에 자신들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17일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에 대통령전용기편으로 도착, 수천명 팬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 갈채 속에 고국 땅을 밟은 것이었다. 이같은 환영은 한국과 포르투갈에게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완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였던 미국전에서 3-1의 대승을 거둔 영향. 초강대국 미국에게 속시원한 승리를 거둔 이들은 역적에서 일약 영웅 대접을 받으며 사인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혹시 모를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수백여명의 경찰이 머쓱했을 정도.

한때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오히려 한국의 고온 다습한 기온이 폴란드의 발목을 잡았다는 동정론이 일었다. 폴란드 대표팀 예지 엥겔 감독은 믿을 수 없다며 귀국 길에 어떤 봉변을 당할지 걱정했었다고 놀라워했다. 특히 경질설이 나돌던 엥겔 감독은 당초 계약기간인 2004년까지 사령탑을 보장을 해야 한다는 팬들의 주장에 감사를 표시했다.

폴란드의 골키퍼 예지 두데크는 귀국 직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한국이 16강에 올라 너무 기쁘고 한국인들은 정말 훌륭했다고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0-8의 대패를 포함해 3전 전패에 무득점, 12실점으로 무너진 사우디아라비아는 귀국한 뒤 질책보다는 위로를 받았다. 압둘라 빈 압델 아지즈 왕세자는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왕족 중 한 명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16강전에서 스페인에게 아쉬운 승부차기 패배를 맛본 아일랜드 대표팀 역시 마이클 매카시 감독의 웃으며 돌아가자는 말에 용기를 되찾고 있으며 자국 언론은 운이 없었다고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 줬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히다 중도하차한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팬들의 원성은 물론이고 주전 선수 중징계와 감독 교체설 등 우환을 겪고 있다. 특히 17일 리스본 공항에 도착한 포르투갈 선수단은 입국장에 기다리고 있던 수백명 팬들의 욕설과 항의에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게다가 포르투갈 대표팀은 이런 분위기를 파악조차 못한 듯 월드컵 출전 보너스 475만달러에 대한 비과세를 정부측에 요청해 물의를 빚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