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야, 축구 응원전이야?
28일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화된 지방선거 유세전을 지켜본 한 시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국 곳곳의 유세 현장에 한국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후보가 등장하고 붉은 악마의 응원 구호 가락이 울려퍼지고 있다. 축구 대학 설립 등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나 나옴직한 공약도 등장했다.
최근 한국 대표팀이 평가전에서 잇따라 선전하면서 16강 진출 희망을 담은 월드컵 열기가 넘치자 후보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열띤 응원전을 연상케 하는 유세는 시민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물하면서 한편으론 월드컵 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축구와 정치의 상승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개막전이 열리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필수 유세코스는 대형 전광판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 잉글랜드, 대 프랑스 평가전 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대 프랑스 평가전 때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함께 붉은 악마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 후보는 유세 킥오프, 월드컵도 16강, 정치도 16강 기원이란 축구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김 후보 유세단은 28일 첫 정당연설회에서 붉은 악마의 오 필승 코리아란 구호 가락에 맞춰 오 필승 김민석이란 구호를 외쳤다.
아예 축구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 나서거나 명함 캐치프레이즈 공약 등에 축구를 내세운 후보도 많다.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는 유세 차량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안 후보가 공을 차는 모습의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했다. 민주당 박상은() 후보는 한국팀 경기 일정과 축구공 사진을 넣은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자민련 홍선기() 대전시장 후보는 월드컵은 홍명보, 대전시는 홍선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듬직한 수비수인 홍명보 선수를 활용해 안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자민련 구천서() 충북지사 후보는 250억원을 들여 26만 부지에 축구장 20개를 만들고 축구대학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유권자들의 월드컵 화제에 끼어들기 위해 축구 경기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
충청권의 한 후보는 대 프랑스 평가전에 대해 홍명보 선수를 빼니 수비의 안정감이 떨어졌으며 차두리 선수는 역시 경험이 부족했다는 관전평을 곁들이기도 했다.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회사원 백인탄씨(32)는 축구 대표팀 복장을 한 포스터나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재미있는 내용의 선거 홍보물은 한번쯤 읽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선거 홍보회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후보들이 월드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지사에 출마한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나쁠 경우 월드컵을 활용한 전략이 유권자들의 짜증을 자아낼 수 있어 첫 경기 결과를 지켜본 뒤 월드컵 선거전략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