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검찰 출두를 지켜본 국민의 심정은 실망과 착잡함이 교차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이어 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검찰에 불려나온 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홍걸씨는 주임검사인 임상길() 특수2부 부부장과 마주앉았다. 전날 친척집에 머무르면서 눈물을 보이고 불안해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다소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홍걸씨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차분하게 조사에 응했다.
홍걸씨는 이날 오전 10시 정각 별도의 수행원 없이 조석현()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다이너스티 승용차편으로 검찰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홍걸씨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200여명의 취재진이 기다리고있던 포토라인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홍걸씨는 심경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부모님께도 면목이 없습니다. 국민에게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고 답하고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검사실로 올라갔다.
검찰청사 주변에는 국내 취재진 외에 외신기자들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방송사들은 중계차량 10여대와 헬기까지 동원해 홍걸씨의 출두 과정을 생중계했다.
시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청와대와 민주당, 언론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책을 촉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시민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성원해준 국민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광해대군이라는 ID의 시민은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5년 전 김영삼 대통령에게 자식의 허물은 아비의 잘못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김 대통령이 아니던가. 이래서 역사는 돌고도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대통령 반성모습 보여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김 대통령은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검찰은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밝히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다시 현직 대통령 아들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참담함과 분노를 안겨줬다며 모든 권력기관의 개혁을 포함하는 권력형 부정부패 근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