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은 나와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대학시절, 음악에 대한 꿈이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 만난 김민기 선배는 나에게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고 의지가 돼 준 분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김 선배는 독일 뮤지컬을 번안해 무대에 올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힘든 작업을 계속했지만 의욕에 넘쳐 있었다. 1994년 학전 소극장에서 만난 그 작품이 바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었다.
이후 이 작품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초연 당시 선녀 역할을 했던 나윤선씨의 음반에 내 곡을 만들어줬고 해외투어와 대극장 공연을 앞둔 지하철 1호선을 내가 진행을 맡고 있는 MBC 수요예술무대에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다시 찾은 이 무대는 수많은 관객들로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 작품을 1400회 가까이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 없이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매번 시대적인 상황을 담아 새로운 내용을 가미하고 변화를 준다는 것 또한 굉장한 열의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배우들의 가창력, 라이브 밴드의 연주실력, 안정적인 조명과 음향 등이 꽉 찬 무대였다. 원작이 외국작품 임에도 전혀 낯설지 않고 우리의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작품이었다. 독일 원작을 능가하는 무대로 독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현지 평가나, 랩을 가미해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양적인 정서로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에게까지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외신들 보다 김민기 선배가 꿋꿋하게 9년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힘들었던 20대부터 지금의 나에게 항상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준 김민기 선배처럼 지하철 1호선은 앞으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광민(재즈 피아니스트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