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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도 마지막 기회다

Posted April. 08, 20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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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임동원() 대통령특사가 가져온 방북() 결과는 지난 1년간 정체를 면치 못했던 남북관계를 복원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할 만하다.

공동보도문의 내용을 보면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제외하고는 남북이 기왕에 합의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돼 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란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남북간에는 작은 합의사항이라도 하나씩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남북 양측은 기왕에 펼쳐놓은 일들의 마무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측의 자세 변화가 관건이다. 북측이 현재 남북 및 북-미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서 과거보다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번 합의는 또 하나의 공수표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 혹은 올 하반기에 닥쳐올 수 있는 한반도 안보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미사일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서 북측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임 특사도 이번 방북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북측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북측에 있다. 그런 점에서 혹시라도 북측이 이번 합의를 자신이 현재 처한 난국을 모면할 임시방편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한폭탄의 위력을 더 키우는 결과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임 특사의 이번 방북에서 북측 당국자들은 민족공조와 외세공조 중에서 택일하라고 우리측을 압박해 첫 이틀간 회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고집하는 한 북측이 성공적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측은 이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과는 다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대량살상무기 문제다.

이번 남북 합의는 김대중() 정부로서도 마지막 기회이지만 북측으로서도 남측과의 협조 하에 대외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 기회를 북측이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