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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 모성애 열연 5개월

Posted April. 05, 20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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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역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피고인(1988)과 양들의 침묵(1991)으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조디 포스터(40). 애나 앤드 킹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가 3일 오후 일본 도쿄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 인터뷰룸에 들어섰다. 둘째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총명한 여대생 같은 모습.

우선 집에 패닉 룸이 있는지 물었다.

없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실제로 집안에 패닉 룸을 설치하는 경향이 있어요. 범죄자가 침입했을 때 처음 30분만 버티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쓸모있는 셈이죠.

패닉 룸(Panic Room)이란 본래 중세 시대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좋은 방을 지칭했으나 20세기에 이르러 방공호나 은신처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영화속 패닉 룸은 두꺼운 콘크리트와 4톤의 강철로 만들어져 총으로도 파괴할 수 없고 별도의 전화선과 환기 시스템, 감시카메라를 통해 집안 곳곳을 볼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이 갖춰진 안전공간이다.

뉴욕의 새 집에 이사와 첫날밤을 맞은 이혼녀 멕 앨트먼(Meg Altman조디 포스터)과 그의 딸 사라(크리스틴 스튜어트). 이 집에 세명의 괴한들이 침입하자 그는 딸과 함께 패닉 룸으로 피신한다.

그런데 괴한들의 목적은 패닉 룸에 숨겨져 있는 300만 달러의 거금을 훔치는 것. 이로 인해 모녀와 괴한들의 숨막히는 게임이 시작된다.

폭력에 대해 또 다른 폭력으로 맞선다면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지요. 그 때문에 폭력은 미리 막아야 해요. 영화의 메시지는 그런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시차 적응이 안 되는지 연방 하품을 하면서도 대답은 진지했다.

이 영화에서 인간들은 패닉 룸의 안과 밖에 대치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 쪽은 생명, 다른 한 쪽은 돈. 패닉 룸을 넘나드는 존재는 카메라뿐이다.

이들 모녀가 괴한들의 위협에 패닉 룸에 갇혀 있는 반면, 괴한들은 돈의 욕망에 쫓겨 법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패닉 룸 밖에 갇혀 있다. 공포는 육체적 위해의 조짐을 느낄 때뿐 아니라 욕망하는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해 애태울 때도 나타난다. 이 공포가 커짐에 따라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해 인간들은 점점 잔인하고 폭력적이 된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인들은 9.11테러 이후 어느덧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공포에 몸서리치면서도 침입자에 용기있게 맞서는 강한 약자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딸을 지키기 위해 강한 모성애를 연기해 낸 조디 포스터가 촬영 당시 실제로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는 게 미국인들에게 더욱더 이 영화의 공감을 자아내는지 모른다.

임신한 몸으로 5개월 반에 걸친 촬영을 하는 것은 힘들었어요. 하지만 임신은 장애가 아니라 삶의 일부예요. 자주 휴식을 취하고, 일정을 조정하면서 몸의 변화가 영화에 나타나지 않도록 했지요.

이 때문에 그는 촬영 틈틈히 잠을 청했고,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가리기 위해 일부 장면에서 스웨터를 걸치기도 했다.

포스터는 할리우드의 재원답게 1991년 리틀 맨 테이트로 감독으로도 데뷔했고 지금은 배우이자 연출, 감독, 제작까지 겸하고 있다.

패닉 룸은 8월 국내에서 개봉된다.



김형찬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