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우리 가족 제3의 스페셜 홀리데이로 정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이날 고기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고 들어서, 저는 덩치 큰 시드니 갈비를 스위트하게 양념한 한국식 갈비찜을 만들어 먹으려고 해요.
르네상스서울 호텔 제과부의 수석조리장인 폴란드인 슬라빅 골라세브스키(36). 그는 설을 며칠 앞두고 부인 안나 골라세브스키(34), 딸 아가타(12미국 국제 크리스챤 스쿨 6)와 함께 서울 역삼동 집에서 시드니 갈비를 이용해 갈비찜 요리를 만들었다. 설날의 실력발휘를 위한 예행연습 차원이다.
폴란드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명절이 없지만 홈타운을 생각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어, 한국사람들처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설을 쇠기로 했다고 골라세브스키씨는 말한다. 그의 한국생활은 이제 2년째. 폴란드에서는 해마다 2월 셋째 주 목요일 푸짐하게 먹는 목요일(Fat Thursday)이라는 풍습이 있고, 이 날이면 각 가정에서 고기요리나 도넛을 많이 만들어 먹기 때문에 설날도 생소하게만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폴란드 요리는 독일과 러시아 스타일을 섞어 놓은 것과 비슷하다. 골라세브스키씨는 돼지고기 요리는 발달했지만 쇠고기 요리는 수프류를 제외하면 폴란드에서는 구경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유럽 각국의 호텔을 돌아다니며 조리장 생활을 했던 그는 외국에서 쇠고기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쇠고기 중에서는 일본의 고베산 쇠고기가 가장 맛있었다고 평한다.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라는 것. 한우는 국내에서 직접 가공되기 때문에 육즙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아 신선한 맛이 좋으며 미국산은 하도 종류가 다양해 맛의 편차가 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골라세브스키씨는 최근에는 시드니 갈비의 맛에 빠졌다. 살집이 두툼해 씹는 맛이 좋다. 스테이크를 조각내 먹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딸 아가타는 굴라쉬(Gulasz소스를 넣고 쇠고기를 폴란드식으로 가공한 일종의 찜요리)와 시드니 갈비찜의 맛이 닮았다고 말한다. 배를 갈아넣고 설탕 등을 양념에 첨가해 단맛이 살아 있는 게 아이들 입맛에 맞는 것 같다고 골라세브스키씨는 분석한다.
골라세브스키씨가 갈비찜 재료로 선택한 시드니 갈비는 소 갈비 중 살점이 많이 붙어 있는 부분을 떼어내 만든 것으로, 호주축산공사에서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한 상품이다. 대형양판점 이마트에서는 1월10일부터 10일간 30여t이 팔려 20여 종의 수입육 중에서 판매 점유율 최고(12%)를 기록했다.
그는 갈비찜을 만들 때는 물론이고 돼지고기를 넣는 폴란드식 만두 삐에로기를 만들 때도 허브를 조금 넣음으로써 상쾌한 맛을 자아내는 것이 비장의 노하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