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생명 비추미-국민은행 세이버스의 신세계이마트배 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이냐, 탈락이냐가 이 한판에 달린 탓에 양팀은 마치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듯 선수나 응원단 모두 체육관을 뜨겁게 달구었다.
선수들은 코트에 몸을 날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평소 조용하기로 소문난 삼성생명 유수종 감독도 겉옷을 벗어 젖힌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또 국민은행은 원정팀임에도 불구하고 치어리더까지 동원, 대대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삼성생명 승리의 일등공신은 백전노장 정은순(30). 국내 여자프로농구 여섯 번의 리그 중 네 번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정은순은 이날 40분 풀타임을 뛰어 32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이번 리그가 끝난 뒤 2세를 갖기 위해 잠정적으로 코트를 떠날 예정인 정은순에게 플레이오프 탈락이란 있을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문 모습이 역력했다.
정은순은 이날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되면 동료에게 볼을 빼주고 수비선수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고감도 슛을 터뜨리는 등 상대를 괴롭혔다.
59-58로 삼성생명이 단 1점을 앞선 채 시작된 4쿼터. 정은순은 상대 센터 홍정애를 등지고 골밑슛을 터뜨린 뒤 드라이빙레이업슛까지 선보이며 팀이 얻은 24득점의 절반이 넘는 13득점을 혼자 올렸다.
노장 정은순에 이어 젊은 센터 김계령(22)까지 살아나자 삼성생명은 4쿼터 중반 74-62, 12점차로 점수를 벌리며 승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양희연 김경희 외곽쌍포가 3점슛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결국 삼성생명이 83-75로 승리, 한장 남은 플레이오프 티켓을 극적으로 거머쥐었다. 이날 승리로 삼성생명은 국민은행과의 승차를 2.5게임으로 벌리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리그 4위를 굳힌 것. 삼성생명은 29일부터 리그 1위 신세계 쿨캣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청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 하이페리온과 한빛은행 한새의 경기에선 현대가 69-63으로 승리,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지었다. 한빛은행은 3위.
현대의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되는 상대의 기를 미리 꺾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