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이 떨어지고 설비가 노후되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부평1공장 품질관리부 허영재씨)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습니다.(조립1부 임성환씨)
눈빛들이 확 달라졌습니다.(차체1부 김수봉 과장)
21일 오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GM과의 협상에서 이른바 분리매각 대상으로 지목돼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를 그 현장은 일하고 싶다는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 뒤에는 사실 분리매각에 따른 불안감이 없지 않다.
17년 경력의 탁용관씨(조립1부42)는 매각이 안 되면 우리 힘으로 살아야 하는데 왜 불안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독자생존은 곧 대량의 인원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근로자 가족들도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그러나 27만평에 달하는 이 공장은 최근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근무시간 중에는 주도로와 간이도로에서 근로자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정도. 하루 두 번 정해진 휴식시간 외에는 아무도 생산라인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입니다.
한익수(부평사업본부장) 상무는 최근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며 자발적인 참여가 눈물겹다고 말했다.
지루한 매각협상과 달리 근무 분위기는 활력을 찾고 있다. 특근도 살아났다.
7월 한달간 1인당 특근이 평균 30시간에 달했고 휴가철인 8월에도 평균 15시간 이상 특근을 했습니다.(품질관리부 김영화씨)
이런 분위기는 7월 들어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도 힘을 받았다. 흑자전환의 첫 번째 요인은 인력감축에 따른 구조조정.
대우차는 지난해 10월 말 자구계획에 들어가 지난달 말까지 전체 인원의 30%가 넘는 7410명을 감원했다. 이 가운데 4156명이 부평공장 근로자들이었다.
감원에도 불구하고 부평공장 임직원들이 보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흑자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월부터 부평공장은 혁신프로그램(환경품질 책임제)을 본격 가동해 근로자 각자가 자기 영역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생산라인에서는 생사초월 활동시간이라는 슬로건이 나돌 만큼 비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상무는 올 상반기 생산량은 줄었지만 생산성은 9%, 품질은 40%가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후 5시 부평1공장 조립1라인.
벽에 걸린 전광판에는 붉은 빛으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오늘 목표 라노스 생산 363대, 현재실적 363대, 가동률 100%.
부평공장 직원들은 내년 2월 양산체제를 갖출 신차 T-200(프로젝트명라노스 후속 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때까지는 살아 남아야 합니다. 한 근로자의 독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