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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전북 부안 내변산

Posted July. 11, 2001 20:21,   

한국의 비경-전북 부안 내변산

서해 변산(전북 부안군)으로 가자. 반도의 서편, 거기서도 또 다시 작은 반도를 이루는 이 곳. 바다에 면한 반도의 삼면 가장자리로 산자락을 끼고 동그랗게 이어진 30번 국도가 달린다. 꾸불꾸불 느릿느릿. 뭍과 바다의 경계가 애매한 해안선은 구성진 남도가락처럼 끊길 듯 끊길 듯 하면서도 끊기지 않고 감칠 맛나게 이어진다. 그 앞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 섬 섬. 개펄 위에 심드렁히 누운 고깃배와 어울려 7월 오후의 한적한 변산 풍경을 멋지게 그려낸다.

가 변()자에 뫼 산()자라. 글자풀이 할 것도 없잖아요. 둘러보면 그대로니까. 김제 부안의 드넓은 초록 들녘을 가로질러 변산으로 가던 길에 만난 한 촌로의 말이다. 분명 이 반도는 이름부터 산이다. 실제로 변산반도를 여행하다 보면 바다와 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변산하면 채석강 적벽강과 변산 및 격포해변의 바다 변산만 떠올린다. 실제로도 산은 외면한 채 바다만 찾는다.

그런 탓일까. 변산은 그 내외()가 분명하다. 산 쪽의 내변산과 바다 쪽의 외변산으로. 반도의 중앙을 차지한 내변산은 의상봉을 기점으로 여러 봉우리가 둥그렇게 둘러싼 채 그 안은 텅 비워둔 형국의 산악 지형. 온 산을 뒤덮은 소나무 숲은 어찌나 울창한지 밖에서 나뭇가지를 볼 수가 없다. 그 바깥의 바다로 외변산은 펼쳐진다. 올 여름 변산의 바다를 찾을 여행자들은 변산 진경의 뒤안도 반드시 살펴볼 일이다.

오전 7시 내소사(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일주문 앞. 안개비 내리는 하얀 아침에 가람 뒤로 병풍 두르듯 펼쳐진 능가산에서는 구름이 용트림 하듯 숲 사이로 피어올랐다. 불법 세상으로 진입을 고하는 일주문. 몇 발걸음 떼었을까. 키가 30m나 되는 아름드리 전나무 수백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숲 사이로 뚫린 터널같은 길이 나타났다. 전나무향 은은한 숲터널은 길이가 장장 400m. 그 끝에는 사천왕문이 자리 잡고 있다. 문을 통과하면 당우가 사이좋게 들어선 경내. 천살먹은 장대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대웅전과 요사채, 범종각, 약수터, 찻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재 이 절에 기거하는 스님은 20여명. 하안거를 맞아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 뒷바라지 하던 진성스님이 아침 손님을 맞았다.

송풍회우(소나기 내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소나무 전나무숲을 스치며 이는 바람소리) 동조백화(겨울아침 문을 여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덮인 세상을 보게 됨) 사월신록(새 봄의 신록) 소사모종(낙조 드리운 포구를 향해 만선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오던 황포돛대 고깃배와 이 때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래사 대북소리가 어울린 풍요로운 바다풍경)이 변산의 비경이지요.

대웅전 처마 밑에서 비 피하며 선 채로 들려준 변산의 아름다움. 말 그대로다. 스님 말씀을 듣고 이 곳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둘러보니 이전과 달라 보인다.

내소사 전나무 숲에서 옆길로 가면산넘어 직소폭포로 가는 길이다. 내변산 비경이 집결한 깊은 산속을 걸어 보는 여행도 좋지만 차를 몰아 바다와 산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30번 국도를 달려 산 반대편 계곡을 통해 직소폭포로 가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도 좋다. 부안서 변산으로 가는 도중(국도 30번) 직소폭포 15라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736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부안 다목적댐 이설도로가 나온다. 여기 사자동 삼거리에서 600m만 들어가면

변산국립공원 내변산 매표소. 매표소부터 폭포 전망대까지는 2.2의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진다.매표소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625전쟁중 소실된 실상사터. 조금 더 가면 야생화 꽃밭과 조류 관찰대가 있는 자연 수목원이다. 자연보호헌장비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너럭바위에 한문이 새겨진 봉래구곡과 그 옆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폭포까지 숲길 1.6 구간중에 1.3는 온갖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고 나무 계단을 설치해 편안히 걸을 수 있게 한 자연학습 탐방로. 도중에는 계곡의 댐으로 생긴 멋진 호수를 끼고 걷기도 한다. 호수를 지나 다시 숲에 들어서면 엉금엉금 두꺼비 서식지. 비오는 날이면 두꺼비 몇 마리는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바위계단을 딛고 올라 폭포 전망대에 서니 옥녀봉 선인봉 쌍선봉에 둘러싸인 채 움푹 파인 분지의 중턱에서 쉼없이 하얀 계곡물을 수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직소폭포(낙차 30m)가 정면에 있었다. 폭포의 절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 놓인 분옥담(혹은 선녀탕). 용소에서 흘러나와 또 다시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 물이 잠시 쉬어 가는 계곡에 형성된 2개의 맑은 연못 형상이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