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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5승 다시 '삐끗'

Posted May. 21, 20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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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짐 트레이시 감독이나 짐 콜본 투수코치는 요즘 박찬호(28)가 등판하는 날이면 마치 어린아이를 강가에 놓아둔 기분일 듯하다.

경기마다 한번씩 허리가 삐끗하는 듯 불안한 제스처를 취하는 박찬호 때문이다.

21일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 2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일본인 타자 신조 스요시 타석 때 박찬호는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슬라이더성 커브(슬러브)를 던지다 투구폼이 흐트러지며 땅에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이에 놀란 포수 크루터가 쏜살같이 마운드로 달려갔지만 박찬호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후 유난히 허리에 신경을 쓰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마음껏 공을 뿌리지 못하니 당연히 볼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그는 2사 후에 3연속 안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긴 했으나 전력 피칭과는 거리가 멀었다.

6이닝 7안타 3실점. 0-3이던 8회에 다저스가 5득점하며 경기를 뒤집는 바람에 승패와는 무관했다.

박찬호의 허리는 5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처음 문제가 됐다. 경기 사흘 전 허리 이상으로 불펜 피칭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이 경기에서 0-0인 7회말 무사 1, 2루에서 초구 슬러브를 던진 뒤 갑자기 허리통증을 호소해 강판됐다. 당시 다저스의 스탠 존스턴 수석트레이너는 단순한 허리 경련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박찬호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아래로 휘어 있어 종종 허리통증을 유발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인 10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이상이 없는 듯했지만 16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3회 타석때 1루로 전력 질주해 베이스를 밟다 또다시 삐끗했다.

몸이 딱딱한 편인 박찬호는 허리와 하체를 많이 이용하는 스타일이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98년 4월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의 허리통증으로 한의사로부터 침술과 부황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선발로 고정된 97년부터 4년 연속 190이닝 이상을 소화해 피로가 누적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주 민감한 시점. 올 시즌만 지나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다년 계약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허리부상은 수천만달러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가는 게 꺼림칙해 통증을 참고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찬호는 요즘 부쩍 말수가 적어졌다. 허리가 어떤 상태인지는 본인만이 알 뿐이다.

다음 등판일인 2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는 과연 허리에 이상이 없을지.

한편 이날 다저스-메츠전에서 박찬호가 3타수 무안타로 막아낸 메츠의 신조 스요시는 5-5인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영웅이 됐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