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기반성은 안하고

Posted May. 07, 2001 08:54,   

ENGLISH

재정경제부는 지난 한해 동안의 경제정책 및 경제상황을 담은 2000년 경제백서를 최근 내놓았다. 지난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견해를 담은 책이다.

이번 백서를 훑어보면 정부의 자화자찬식 경제인식이 수두룩하다.

재경부는 4대부문 구조개혁으로 수십년간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을 없애고 경제시스템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또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남북 4대 합의서에 가서명해 한반도 경제시대의 개막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고가 늘고 물가가 안정됐으며 경제성장률도 높았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의 이런 평가를 굳이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구조개혁 성과 등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최소한 경제백서에 꼭 들어가야 할 자기 반성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물론 백서에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아직 허약하며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대외여건 악화와 집단이기주의로 돌렸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정책 왜곡의 잘못에 대한 자성()이 없다는 점. 특히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적 경제정책(포퓰리즘)을 쏟아내면서 경제를 뒤틀리게 하고 구조조정을 늦추었다는 점은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전현직 경제부처 고위인사들조차 시인해왔다.

이번 백서를 보면서 거품경제 붕괴후의 정책실패에 대한 잘못을 고백한 1998년 말 일본 경제기획청의 미니 경제백서를 떠올렸다. 이 백서는 정부와 민간 경제계가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금융기관 부실채권처리 등 문제해결을 미루면서 거품붕괴의 후유증을 악화시켰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정부측은 잃어버린 10년을 불러온 일본정부와의 비교에 거부감을 나타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정()을 은근슬쩍 덮기보다는 최소한 이런 정도의 자기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다짐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권순활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