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수요일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책임을 물어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했다. 다음주 국정쇄신을 위한 개각이 거론되는 마당에 복지부장관을 황급히 경질한 것은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의료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조기에 차단해 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파탄은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다. 주무장관 한 사람의 경질로 해결되리라고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퇴임 최선정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며 말했듯이 의료보험은 수십년간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 이라는 허구의 구조였다. 이런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무리하게 통합됐으니 재정이 취약해진 것은 뻔한데 의약분업을 준비 없이 강행했으니 보험 재정이 무너진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신임 김원길() 장관은 일단 부도위기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며 땜질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원인을 찾아야 가능한 일인데 그 원인과 책임문제가 복잡하다. 물론 논리야 어떻든 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을 무리하게 진두지휘한 차흥봉() 최선정 전 장관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을 해도 국민의 추가부담은 없으리라는 판단한 것이며, 무리한 추진을 반대했던 고위공무원을 직권면직까지 시켰다니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정책 결정 과정이다.
지금은 보험재정 파탄에 대해 복지부가 책임을 덤터기 쓰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정책정당이라는 여당이나 청와대 행정부가 정권적 차원의 개혁이라는 의료정책에 전혀 건의도 관여도 하지 않았는가. 대선 공약이라 정치권에서 결정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더구나 최근 여당과 정부에서는 보험 재정 파탄 원인에 의약담합이나 보험료 과잉청구 같은 의약계의 비도덕성도 제기한다. 무책임한 발상이다. 의사협회는 의약분업 시행전 파업을 하기도 했지만 분업 시행전 연간 4조2000억원의 추가재정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했었다.
의료정책 실정은 정부의 총체적 정책 기능 마비의 결과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따지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부는 의보 실정 백서를 발간해 두고두고 실패의 교훈 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