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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대 증원’ 정부 손 들어줬지만 의료 정상화 갈 길 요원

법원, ‘의대 증원’ 정부 손 들어줬지만 의료 정상화 갈 길 요원

Posted May. 17, 2024 08:02,   

Updated May. 17, 2024 08:02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어제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고 부실한 의대 현장 실사 후 깜깜이 정원 배정이 이뤄졌다”는 원고 측 주장을 기각하고 “의대 증원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정부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일단 좌초 위기를 넘기고 재가동할 동력을 얻게 됐다.

법원은 이번 심리 과정에서 의대 증원 정책이 졸속 추진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증원 절차에 제동을 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적 대결을 멈추고 3개월간 환자들 피를 말려온 의료 대란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붕괴 직전의 수련병원의 응급 및 중환자 진료체계를 재정비하고, 연간 3000명 규모의 전문의 배출 일정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오는 7월이면 재외국민 전형을 시작으로 입시 일정이 시작된다. 의대 증원을 반영한 입시요강을 이달 중 확정 짓고, 의대 정원이 대폭 증원된 만큼 의대 교육이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교육 및 수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도 시급하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가 요원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단체와 강경파 교수들도 진료시간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의사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외국 의사들을 들여올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국 의사들 놔두고 국내 의사 면허 시험도 치르지 않은 외국 의사들에 몸을 맡겨서야 되겠나. 정부의 정책 오류를 바로잡고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의사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번 사태로 부실한 정책 추진의 폐해를 모두들 절감했을 것이다. 의대 증원은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임에도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꿰는 바람에 의료계의 반발을 키우고 개혁의 동력도 잃고 말았다. 어느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따져보고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온 국민이 이번 홍역을 함께 치르면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불행 중 행운이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의정간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고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등 의료개혁의 로드맵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