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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

Posted April. 20, 2024 08:14,   

Updated April. 20, 20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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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대학 자율 결정으로 바꾼다고 19일 발표했다. 4·10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 9일만, 2월 6일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지 73일 만이다.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결단을 내렸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먼저 이를 대학에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이내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에서는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가 대학 본부와 갈등 중이고,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일부 대학은 수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정부가 증원 규모 감축을 발표한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번 발표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총리는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고 말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한 대학 관계자는 “17일 이 부총리가 의대가 증원된 일부 대학들 관계자를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50∼100% 내 자율 감축안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18일) 6개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이 부총리의 제안을 담은 건의문을 마치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처럼 발표했고, 19일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로 연출한 것이다.

앞서 총증원분 2000명 중 국립대에는 806명, 사립대에는 1194명이 배정됐다. 사립대 대부분은 100% 증원을 고수한다는 입장이고, 국립대도 일부는 증원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기류여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1500∼17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사들은 “정부가 주장해온 2000명이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격앙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