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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첫날, 이스라엘-무슬림 ‘동예루살렘 성지’ 충돌

라마단 첫날, 이스라엘-무슬림 ‘동예루살렘 성지’ 충돌

Posted March. 12, 2024 07:32,   

Updated March. 12, 20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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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금식 성월(聖月) ‘라마단’이 시작된 10일 동예루살렘 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聖地) ‘알아끄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이슬람교도가 충돌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주문했고, 이날 이스라엘 경찰 또한 진압 과정에서 곤봉을 휘둘러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중동전쟁의 확전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교도 수십 명이 라마단의 첫날 밤 기도를 위해 알아끄사 모스크 경내로 들어가던 중 이스라엘 경찰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이들을 진압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경찰들이 곤봉을 휘두르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 10여 명이 한 골목에서 곤봉을 휘두르자 모여 있던 무슬림들이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도망치거나 일부는 곤봉에 맞으면서도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약 14만 ㎡ 크기인 알아끄사에는 ‘황금 돔’으로 유명한 이슬람 사원 외에 기독교 교회 등도 있다. 알아끄사가 있는 동예루살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전까지 요르단 영토였다. 전쟁으로 이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당시 아랍권과 “유대교도의 알아끄사 방문은 허용하나 기도와 예배는 금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충돌할 때마다 이곳의 탄압을 강화해 논란을 불렀다. 특히 최고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이곳을 참배하며 “알아끄사의 주인은 우리”라고 주장해 아랍권 전체의 분노를 불렀다. 이런 그의 행보가 같은 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주요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마스가 당시 기습 공격의 작전명을 ‘알아끄사의 홍수’라고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 이스라엘과 대결하겠다”며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촉구한 상태다. 즉 라마단을 맞아 신앙심에 고조된 일부 강경파 무슬림이 이스라엘 군경과 재차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같은 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라파)으로 가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파 공격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미국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